[류순열 칼럼] 마광수 잡아가둔 검찰, 윤재순은 수사 안하나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2-05-16 17:35:56
시의 이름으로 성범죄 선동한 윤재순 수사안하나
그를 중용한 윤 대통령…이게 상식이고 공정인가
2017년 9월 마광수 교수가 별세했다. 예순여섯해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그렇다고 자살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사회적 타살이 본질에 가깝다. 한국 보수기득권 세력은 집요하게 그를 벼랑끝으로 몰았다.
1992년 10월 마흔을 막 넘긴 문학 교수는 강의도중 긴급체포됐다. 소설 '즐거운 사라'를 쓴 게 문제였다. 3년 뒤 대법원은 이 소설을 음란문서로 규정하고 유죄를 확정했다.
이후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 됐다. 학교에서 쫓겨나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암흑의 40대'였다. 죽음의 그림자는 그때 이미 짙게 드리웠다. 2003년 9월 흰머리 성성한 50대에 접어들어서야 강단에 복귀했지만 끝내 삶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저자의 삶을 파탄낼 만큼 '즐거운 사라'는 그렇게 위험한 소설이었나. '사라'는 성에 능동적인 여자였을 뿐이다. 그해 12월 연세대 연구실에서 마 교수는 휑한 눈빛으로 말했다.
"남자의 이중적 성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여성의 능동적 성을 그린 것이 남자들의 분노를 산 게 아닌가 해요." '괘씸죄'라는 초법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2012년 6월 환갑을 넘긴 마 교수와 통화했을 때 '즐거운 사라'가 안긴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저항하듯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찼다. "내 소설을 외설적이라고 욕하면서 야동 볼 건 다 보지 않나."
문학교수 마광수가 암흑의 세월을 보낼 때 시인 윤재순은 마 교수를 잡아가둔 검찰에 몸담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버젓이 성범죄를 일삼은 모양이다. 1996년 부적절한 신체 접촉, 11년 지나 2017년 성희롱 발언과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별명이 EDPS(음담패설)였다고 하니, 그의 언어습관을 미뤄 짐작할 만하다.
2002년 11월 출간한 시집은 특히 심각하다. 시의 이름으로 성범죄를 용인하고, 심지어 선동하는 느낌마저 준다. '전동차에서만은 /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 그래도 보장된 곳'이라니!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라니!
성범죄 미화 시도 시인가. 그것도 문학인가. 성범죄 선동 격문이 어울릴 듯하다.
학생들 보는 앞에서 야만적으로 마 교수를 체포한 검찰에 묻는다. '여성의 능동적 성'을 그렸을 뿐인 문학교수의 삶은 짓밟으면서, 시의 이름으로 성범죄를 선동하는 검찰수사관은 왜 수사하지 않나.
'천재' 소리 듣던 문인 마광수는 소설 한번 썼다가 인생이 파탄났다. 시로 성범죄를 선동한 검찰수사관은 승진가도를 달리더니, 마침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됐다. 지난 30년 동시대에 벌어진 일이다.
인사권자 윤석열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이런 게 그토록 외쳐대던 상식이고, 공정인가.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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