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사업비 대출 7000억 보증 연장 어려울 것"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5-16 16:42:41

공사 중단 한 달여 '평행선'…조합·시공단 만난 적도 없어
"공사비 증액 무효 소송·총회 결의 취소해야 보증해줄 듯"
"이주비대출 금리 깎아달라" 조합 요구에 대주단 '난색'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협상 진척은 커녕 단 한 번 만나지도 않았다.

2020년 6월 체결된 공사비 5600억 원 증액 계약을 두고 조합은 무효, 시공단은 유효를 외치면서 평행선만 달리는 중이다. 

갈등 장기화는 양측 모두에 큰 손실이다. 특히 대기업이라 버틸 힘이 있는 시공단보다 조합 측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조합과 시공단은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아 갈등 장기화가 예상된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전경. [뉴시스] 

당장 올해 8월 만기인 사업비 대출이 위험해졌다. 조합은 2017년 시공단 보증으로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7000억 원 사업비대출을 받았다. 보증 연장 여부에 대해 시공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한다. 

시공단은 16일부터 공사 현장의 일부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해체는 사실상 결별 신호"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보증을 연장해줄 까닭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이 최소한 공사비 증액 관련 소송을 취하하고, 총회 결의도 취소해야 시공단이 사업비대출을 보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 계약이 무효라면서 지난 3월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또 4월 16일 열린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 계약 취소를 의결했다. 

보증 연장 여부와 관련, 가장 여유로운 이는 대주단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시공단이 보증해주지 않으면, 만기연장 없이 대출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이미 7000억 원의 사업비대출을 거의 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감리업체들에 용역비도 지급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주단은 여유롭다. 연대보증한 시공단에게 빚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직 공사비를 1원도 받지 못한 시공단 입장에서 대출 원리금까지 대신 갚아야 한다는 건 뼈아픈 손실이다. 그래도 갚을 돈은 있다. 그 뒤 조합에 구상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그런데 조합은 돈이 없다. 조합이 현 위기를 모면하려면 새로운 보증인을 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 리스크가 날로 확대되고 있어 시공단 대신 나설 보증인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시공단은 일단 재건축 사업부지에 행사 중인 유치권에 공사비 채권 약 1조7000억 원과 함께 사업비대출 관련 채권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단 관계자는 "아직 상환 요구 계획은 없다"고 말하지만, 최악의 경우 채권을 행사해 사업부지를 경매에 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부동산 유튜버는 "경매는 둔촌주공 조합원들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며 "약간의 현금만 손에 쥔 채 강제 청산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후 시공단이 1만2000여 가구 전체를 일반분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단의 사업비대출 보증 연장 거절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악의 경우를 염려한 조합이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사업비대출과 달리 1조4000억 원 규모의 이주비대출은 무난하게 만기연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7월 만기인데, 대주단이 만기연장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있으니 이주비대출 만기연장에는 되도록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단은 사업부지를 담보로 잡고 있으며, 선순위대출이라 리스크가 거의 없다"며 "아마 연장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합이 요구하는 대출금리 인하에는 난색을 표했다. 조합은 최근 대주단 측에 공문을 보내 대출금리를 0.48%포인트 낮춰줄 것을 요구하면서 5월 말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 대주단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 기조와 사업의 리스크 확대를 감안할 때 기존 대출금리, 연 3%대 후반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조합 측에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 인하는 어려울 듯 하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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