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여가는데 매수세는 '실종'…짙어지는 집값 폭락 전조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5-12 16:39:43

경기침체·금리상승·'집값 고점론'…"매수 문의 한 통도 없어"
"계속 안 팔리면 가격 내릴 수밖에…집값 하락 부추길 것"

다주택자들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고자세였다.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전 유예 기간을 줘도 집을 팔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을 돌면서 집을 더 많이 사들였다. 

최근 태도가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과 동시에 양도세 중과 조치를 1년 유예하자 속속 매물을 내놓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이 겹치면서 집값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떨어지기 전에, 세금 깎아줄 때 빨리 팔자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같은 이유로 매수 수요는 증발했다.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내림세를 더 부추겨 "집값 폭락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7935건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시행 직전인 9일(5만5509건) 대비 4.3% 늘었다. 최근 한 달 간 서울 아파트 매물이 10.4% 증가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운 물량이 이틀 새 몰린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경기(5.0%), 인천(4.9%), 광주(7.1%), 부산(5.9%), 대전·대구(각 5.5%), 울산(4.0%) 등 타 지역에서도 아파트 매물이 늘었다. 

매물은 증가했지만, 매매는 부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236개로 전년동월(4495건) 대비 72.5% 급감했다. 

4월에는 더 줄었다. 지난 10일까지 한국부동산원에 집계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139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들은 전달 발생한 거래를 다음달 초에 대부분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 내 추가 신고될 만한 물량이 별로 없어 4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에 못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고 덧붙였다. 

매수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작년 11월 셋째 주 이후 25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 아파트 매물은 쌓여 가는데, 매수 문의는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UPI 자료사진]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매물이 늘어나는 이유와 매수 수요가 증발한 이유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경기침체, 금리 상승, '집값 고점론' 등이 겹쳐지면서 집값 하락이 예측되는 점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 상반기 무렵 공황 수준의 침체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과격한 긴축을 예고한 가운데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 자산시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이미 주식·채권시장은 무너졌고, 부동산시장의 거품도 붕괴할 것"이라며 "거품 붕괴에 연착륙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이처럼 집값 내림세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수세가 사라진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관측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집값이 터무니없이 비싼데 금리까지 뛰니 살 사람이 없다"며 "앞으로 매매거래량은 점점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집값이 40% 가량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양도세가 최고 82.5%에서 49.5%로 급감한 것과 더불어 집값이 피크를 찍었다는 인식에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대로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며 "2~3년 전과는 시장 분위기가 판이하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한 통도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도 "직전 거래 대비 수억 원씩 내린 하락 매물이 여럿 나왔음에도 매수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곧 저렴한 주택이 대량으로 나올 것"이란 예상도 매수세 위축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르면 내년부터 3기 신도기 본청약이 시작될 전망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50만 호 등 5년 간 총 25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을 노리고 관망세로 돌아선 매수자들도 꽤 많다"고 진단했다. 

현 매수자 우위 시장은 결국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판단된다. 한 교수는 "수요 부진이 현재 진행 중인 집값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도 "올해 가을쯤부터 본격적인 대세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이 계속 안 팔릴 경우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하락 거래가 나오기 시작하면 전체 아파트 단지의 가격을 끌어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매수세 실종은 집값 폭락의 전조"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강혜영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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