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가 뭐길래…'高환율' 진정제 될까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5-10 16:43:45
"위기 닥치면 외환보유액 빠르게 줄어…4500억 달러로 부족"
국가부도사태인 1997년 외환위기는 유동성 위기였다.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대외지불능력이 마비됐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40억 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외환보유액이란 한 나라가 어느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외환 채권의 총액을 말한다.
위기 이후 그 트라우마로 한국경제는 외환 곳간을 채우는데 '진심'이었다. "외환은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일반화했다. 덕분에 외환 곳간은 두둑해졌다.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한국은행 집계)은 4493억 달러, 외환위기 당시 최저치의 100배가 넘는다. "너무 많다. 무조건 많이 쌓는다고 좋은 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간 외환을 열심히 쌓아뒀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4원 오른 1276.4원. 이달 들어서만 20.5원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 급등, 즉 달러 강세는 외화 유출 요인이다. 급격한 외화 유출은 신흥국들을 부도위기로 내몰기도 한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경제에도 불안한 시그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회자하는 이유다. 당장 오는 21일 윤석열, 조 바이든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가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잖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의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란 두 나라가 계약 기간 동안 계약 규모 내에서 서로의 통화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계약이다. 자국 통화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 만큼의 상대국 통화를 가져왔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갚는 식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꺼내 쓰는, 일종의 '외환 마이너스통장'이라 할 수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환율 급등에 '외환 마이너스 통장' 필요성이 거론되는 배경엔 4000억 중반대 외환보유액도 위기시엔 충분치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깔려 있다. 물론 "통화 스와프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약 45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으로는 위기 대응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 시에는 해외자금이 빠져나고 내국인도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길 원한다"며 "순식간에 외환보유고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약 9000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고 중 환율 방어에 쓸 수 있는 현금은 그리 많지 않다"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여러 모로 편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환시장에 주는 심리적인 안정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김정식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만일 외환 부족 사태가 올 경우 미국이 도와준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달러화를 꺼내 쓰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대종 교수도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지금 필요한지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원화뿐 아니라 타 선진국 통화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내려가고 있다"며 "당장 통화스와프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비교할 때 지금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강혜영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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