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 냈지만…5대 금융, 증권·생보 부진은 '골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5-02 17:20:02

증권사, 주식매매 수수료·채권 투자수익 감소…"수익원 다변화해야"
생보사,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 ↑…투자수익도 줄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모두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NH농협금융그룹만 당기순이익이 1.3% 줄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쾌조의 출발이지만, 은행 의존도가 상승한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KB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은행 의존도는 70.3%로 전년동기(67.4%) 대비 2.9%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그룹(59.3%)은 7.4%포인트, 하나금융그룹(65.4%)은 5.3%포인트, 농협금융은 7.2%포인트씩 각각 은행 의존도가 상승했다. 

5대 금융 중 우리금융그룹만 은행 의존도가 약간 축소됐다. 애초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80%대 중반에 달할 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낮은 점과 더불어 올해부터 우리금융에프앤아이를 새로운 자회사로 편입한 효과로 풀이된다. 

▲ 5대 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냈지만, 증권사와 생보사의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UPI뉴스 자료사진]

주된 원인으로는 은행 자회사 이익이 고공비행한 것과 달리 증권과 생명보험 자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 꼽힌다. 

KB증권의 1분기 당기순익은 1143억 원에 그쳐 전년동기(2211억 원) 대비 48.3% 감소했다. 푸르덴셜생명(740억 원)은 34.0% 줄었다. 

신한금융투자(1045억 원)는 63.6%, 신한라이프(1524억 원)는 28.1%씩 축소됐다. 하나금융투자(1193억 원)는 12.8% 줄었다. NH투자증권(500억 원)은 57.9%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에는 증권·생명보험 자회사가 없어 두 업권 실적 부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부진에는 주식매매 수수료 수익과 채권 투자 수익 감소 영향이 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시장 호조로 주식 거래량이 급증했으나 올해는 증시 하락세 탓에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주식매매 수수료 수익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자체 자산운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식 투자가 아니라 채권 투자다. 저리의 단기 차입금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 거의 무위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이다. 

그러나 채권 투자는 저금리 시대에는 잘 먹혀도 금리 오름세에 취약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할 경우 단기 금리가 더 빨리 뛰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다"며 "이는 증권사에 악재"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11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가 0.119%포인트까지 줄어 2019년 10월 10일(0.183%포인트)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0.500%포인트를 넘나들던 장단기 금리차가 올해는 주로 0.200~0.300%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채권 투자에서 2018~2020년 연 평균 6조 원대의 수익을 올렸는데, 작년에는 금리 상승 탓에 2조 원대로 줄었다"며 "올해는 손실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매매 수수료나 채권 투자 등 너무 쉬운 돈벌이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객에게만 주식 투자를 권할 게 아니라 증권사 스스로 주식에 투자하고, 투자은행(IB) 사업에 더 힘을 쏟는 등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이익 감소에도 증시 하락의 영향이 컸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부진하면서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 위험상품에 투자하며, 그 손익이 가입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그러면서도 펀드, 주가연계증권(ELS)처럼 단순 투자상품이 아니라 보험상품이므로 최저사망보험금이나 최저연금적립금 등을 보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가 쌓는 돈을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이라 한다. 증시가 내려갈수록 손실 위험이 커져 보험사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도 늘어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중·대형 생보사들은 수백억 원의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새로 쌓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하락으로 투자영업손익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의 호실적은 반갑지만, 은행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는 건 중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의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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