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무기력한 국민의힘…투톱 이준석·권성동 책임론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4-27 09:55:23

중재안 수용 권성동, 사퇴설 의식 "판단 미스 죄송"
이준석, 최고위서 의총결정 뒤집어…與에 강행 빌미
전여옥 "李 뒤집기, 한동훈에 살려달라 신호보낸 것"
장성철 "權 욕심과 '0선' 李 미숙이 빚어낸 대참사"

국민의힘이 무기력한 모습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은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심야에 기립 표결로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젠 본회의 절차만 남았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수완박 입법폭주 중단하라'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대선 승리에도 변한 게 없다. 늘 결사 항전을 외치지만 매번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지 못한다. 

이번에는 명분도 실리도 잃어 비판 여론이 높다. 우선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을 덜컥 수용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민형배 위장 탈당' 역풍으로 강행 처리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병석 중재안'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권 원내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위한 민주당 협조를 기대하며 중재안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결과적으론 물에 빠진 민주당을 구해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중재안은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의총 참석 의원은 50명 안팎에 불과했다. 사법체제 근본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에 제1야당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중재안 수용을 강권하다시피 했고 의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최고 실세의 위세에 눌려 의원들이 말 한마디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중재안 수용의 후폭풍은 거셌다. 지지층은 분노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수천건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시 헛발질을 했다. 25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재협상을 공식화했다. 지난 22일 여야 합의를 사흘만에 깼다. 민주당에게 강행 처리의 명분을 준 셈이다. 

의총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속한다. 의총 결정을 최고위에서 번복하는 건 아주 이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4일까지 합의 준수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6·1 지방선거 악영향을 들어 재논의 결론을 주도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대표가 살아남기 위해 의총 결의 사항을 뒤집는, 정당 역사상 유례없는 일을 했다고 성토했다.

전 전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는 권성동 중재안을 미리 전달받아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대표도 처음엔 확실하게 중재안에 대해 오케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론이 부글부글 용암처럼 흘러내리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내정자하고 통화했다'며 최고위원회에서 엎어 버리겠다고 하니 민주당에서 '한동훈 아바타냐'고 말했다"며 "의총을 통과한 것을 최고위에서 엎어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에 회부돼 있다"며 "이 대표가 윤석열의 가장 확실한 동반자라고 생각되는 한동훈을 통해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일종의 구조 신호를 (윤 당선인에게)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여야의 극적 타협이 없는 한 이번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또 소리지르고 막으려다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설, 이 대표 책임론이 만만치 않다. '투톱'이 무능하고 미숙해 민주당에 휘둘리며 검수완박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소리지르고 항의하는 것 외에는 검수완박을 막을 수단이 없다"며 "스스로 자인한 것처럼 권 원내대표는 명분을 잃어버리는 결정적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대표의 오락가락 입장도 문제"라며 "긍정적이라고 얘기 했다가 부정적으로 바뀐 입장은 국회를 경험해보지 못한 0선 당대표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권대표의 욕심과 이대표의 미숙이 빚어낸 대참사"라고 질타했다.

권 원내대표가 전날 의총에서 몸을 낮춘 건 당 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 그는 "검수완박법 처리과정에서 저의 판단 미스와 여론악화로 인한 부담을 당에 지우고 의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 사태의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모두에 있다"며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자"고 했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는 대선 전 앙숙이었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 당선인 핵심관계자)을 수시로 공격했고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의 좌장격이었다. 그랬던 둘이 대선 후 호흡을 맞춰야하는 관계가 됐다. 그 첫 시험대가 검수완박 국면인데 공교롭게 같이 코너에 몰린 신세다. 한 관계자는 "투톱이 동병상련을 느껴 서로 감싸주는 인상"이라며 "당의 변화가 요원해보인다"고 꼬집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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