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금융범죄 수사 무력화하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4-13 17:13:17

"경찰에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범죄 수사는 무리…역량 부족"
"금융범죄는 베테랑이 전담해야…검수완박에 국민피해 우려"

변호사 이 모(50·남) 씨는 몇 년 전, 멀쩡하던 코스닥 상장기업 A사가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망가진 사건에서 피해자들을 변호했다. 

기업사냥꾼들은 무자본 혹은 소규모의 자본에 대규모의 차입을 얹어 기업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M&A로 A사의 경영권을 손에 넣은 기업사냥꾼들은 고액 연봉을 받고 법인카드를 마음껏 쓰면서 회사 자금을 빼내 채권자들에게 원리금을 지급했다. 한 채권자에게는 적당한 직위를 준 뒤 이자 대신 급여를 지급했다. 

또 실체도 없는 호재를 뿌려댄 뒤 주가가 오르자 일부 지분을 팔아 빚을 갚거나 개인적으로 챙겼다. 

나아가 A사의 자회사를 하나 세우면서 기업사냥꾼들의 범죄행위는 더 심화됐다. 이들은 자회사에서도 고액의 연봉과 법인카드 등을 지급받았는데, 더 큰 목적은 따로 있었다. 

자회사의 사업영역은 A사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으나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친환경으로 정했다. 업무협약(MOU) 등 실체 없는 호재를 떠들면서 자회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본사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유상증자에 더해 자회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본사가 보증까지 섰다.  

자회사에 투자된 돈은 특수관계인 및 유령회사에 대출, 용역, 거래대금 등의 명목으로 흘러들어갔다. 실체는 없었다. 상장사가 아니라 감시가 약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돈은 최종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임계점에 도달한 순간, 기업사냥꾼들은 A사 주식을 몽땅 팔아치우고는 도망쳤다. 뒤에 남은 것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과 갑자기 무너지는 회사를 보면서 아연실색한 A사 직원들뿐이었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열린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정했다. 또 4월 국회 회기 내 관련법안 처리와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를 목표로 잡았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지니고 있기에 결국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 전·현직 법조계 인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복잡한 금융·증권범죄 수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수완박은 수십 년 간 쌓여왔던 형사소송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복잡한 신종 범죄 분야에서 구멍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다양한 신종 금융범죄 대응은 현재 경찰의 수사능력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검찰이 해야 한다"며 "검수완박이 이뤄질 경우 대형 금융범죄의 수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도 "'라임·옵티머스 사태', '대장동 게이트' 등 복잡한 금융범죄 수사를 경찰이 하는 건 무리"라면서 경찰의 경험 부족을 걱정했다. 

그는 "평범한 기업의 장부를 들여다볼 때도 신입 회계사들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금융범죄 수사는 검찰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처럼 관련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자칫 국가의 금융범죄 수사 역량이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표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국가수사총량이 감소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역시 "전문적인 금융범죄 수사는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 법리에 밝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은 지능범이나 경제범 수사에 약하다"고 지적했다. 사소한 사기나 횡령 등도 변호사들이 판례까지 뒤적이며 어떤 점에서 위법한지를 설명해줘야 하는 케이스가 다수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으로 수사기관의 금융범죄 수사 역량이 약해지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검수완박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동의한다"면서도 금융범죄 등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시행을 3개월 유예하되 그 사이에 중대범죄수사청 등 대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민변 관계자는 "3개월은 짧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예기간을 1년 정도 두고 그 사이에 중수청 설치 여부, 경찰의 수사능력 상향 방안, 권한이 확대된 경찰을 통제하는 방법 등을 의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경율 대표는 경찰의 경험 부족을 언급하면서 수사능력 상향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모두 사례에 언급된 이 모 변호사도 "기업사냥꾼 등 금융범죄는 겉으로는 합법적인 형태를 취하기에 더더욱 수사가 어렵다"며 관련 법규와 각종 범죄 수법에 능통한 인력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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