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편법으로 변칙적 자금 돌린 '이랜드'에 과징금 철퇴
김지우
kimzu@kpinews.kr | 2022-04-08 18:31:16
부동산 위장 거래·급여 대납·1천 억대 자금 부당 지원 등 덜미 잡혀
이랜드그룹의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활용해 시장지위를 유지·강화했다고 과징금을 받게 됐다.
공정위는 10일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독점규제 관련 법률 위반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잠정 과징금 액수는 이랜드리테일 20억6000만 원, 이랜드월드 20억1900만 원이다.
공정위는 이랜드그룹이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자 계열사간에 변칙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불공정한 경쟁수단으로 시장 지위를 유지했으며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려고 계열사의 지원을 동원한 행위를 시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 부당 지원으로 유지한 지배력
공정위는 이랜드월드가 이랜드 소유·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랜드월드는 동일인 박성수 및 특수관계인 등이 99.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다양한 눈속임 방식으로 경쟁상 지위를 유지·강화했고 이에 기반한 동일인의 지배력 역시 유지·강화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으로 560억 원을 지급했다. 6개월 후 계약을 해지해 계약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무상 대여해줬다.
이랜드리테일은 또한 2014년 7월 SPA 브랜드 'SPAO'를 이랜드월드에 이전한 후 자산 양도대금 511억 원을 3년간 분할 상환하도록 유예하면서 지연이자를 받지 않았다. 2013년 11월부터 2016년 3월에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의 인건비 1억8500만 원을 대신 지급하기까지 했다.
이랜드월드 최악 상황에서도 1071억 원 무상 지원받아
이랜드월드는 2010년 이후 진행된 차입금 중심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2014년 ~ 2017년 기간에는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이랜드리테일의 최대주주 이랜드월드(당시 74.6%)는 2014년 6월 투자자와 주주 간 약정을 체결하면서 3000억 원 규모의 이랜드리테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랜드월드의 재무부담 증가와 수익성 하락으로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2015년 12월(BBB+→BBB0)과 2016년 12월(BBB0→BBB-)에 하향하면서 금융사들의 차입금 조기 상환 요구까지 들어왔고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됐다.
공정위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대규모 자산 거래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진행된 점과 이랜드리테일 내부적으로 부동산 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지 않은 점 등 실질적으로 자산을 취득할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계약금(560억 원) 비중이 전체 계약금액의 약 84%로 매우 높았고, 토지에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근저당(260억 원)이 설정돼 있었지만 이랜드리테일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없었고, 잔금지급일에 이랜드리테일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외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랜드월드는 총 1071억 원(부동산 560억, 자산양수도 511억) 상당의 자금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공정위는 "이랜드월드는 상환전환우선주 계약 위반시 투자자에게 지급할 수도 있었던 위약금 부담을 모면, 대금을 완납하기도 전에 'SPAO'를 양수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다"고 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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