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General Assembly votes to suspend Russia from the Human Rights Council
미∙EU∙한국 93개국 찬성, 北∙中∙越 24개국 반대…러, 역대 두 번째 퇴출
미국 "올바른 방향 한 걸음 진전"…중국 "불에 기름 붓는 위험한 선례"유엔은 7일(현지시간)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민간인 살해 등과 관련해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 유엔은 7일(현지시간)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자격정지를 의결했다. [유엔 총회 누리집] 미국이 발의한 결의안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93표, 반대 24표로 투표자의 2/3를(기권 58표 제외) 얻어 통과됐다. 이로써 다른 46개국과 함께 3년 임기 인권 이사국 임무를 수행해 온 러시아의 자격이 정지된다.
이번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중인 인권과 인도적 위기에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하고 "특별히 러시아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 보고들을 주목한다"고 자격 정지 근거를 명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를 설립한 2006년 결의에 따르면 총회는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국가를 회원국 자격에서 정지시킬 수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47명의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러시아는 2021년 1월 총회에서 임기 3년으로 선출된 15개국 중 하나로 인권이사국이 되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긴급 특별총회 재개를 표시하고 러시아군이 저지른 위반에 대한 보고에 따라 진행되었다.
▲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부차(Bucha)의 민간인 학살 실태를 고발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의 공식 트위터 [쿨레바 트위터 캡처] 지난 주말 수도 키이우(키예프) 교외의 소도시 부차(Bucha)에서는 러시아군 철수 이후 거리와 대규모 묘지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표결 직전 발언에서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반대표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찬성 투표를 호소했다.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은 모두 찬성했다.
겐나디 쿠즈민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투표 전 발언에서 "조작된 사건에 근거한 우리에 대한 거짓 혐의를 부인한다"며 "서구 국가와 동맹국이 기존 인권 구조를 파괴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라"고 촉구했다.
반대 투표한 나라는 당사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등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표결 전 발언을 신청해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부족한 정치적 책략을 거부한다"며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대신 회원국들 사이에서 대립과 불신을 계속 추구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유엔은 이날 표결 직후 공식 트위터에 "역사적인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게시했다.
이전까지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나라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했던 리비아가 유일하다.
유엔은 이번 표결이 1994년 르완다 대학살 기념일에 이뤄졌으며 키슬리차 대사는 최근 역사에서 이 어두운 페이지와 평행을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르완다 대학살은 우리가 정확히 이날을 기리는 비극이 있기 1년 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의 경고에 유엔이 대응하지 않은 세계 공동체의 무관심 때문이었다"며 "오늘 우크라이나의 경우 1년도 안 돼 비극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표결 결과, 러시아는 반대표를 던진 중국과 북한, 이란, 시리아, 쿠바, 베트남 등 일부 우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고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표결은 3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거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2건의 결의안이 각각 141표, 140표의 압도적인 찬성 몰표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후퇴한 결과로 분석된다.
▲ 유엔은 7일(현지시간) 표결 직후 공식 트위터에 표결 결과를 게시했다. [유엔 공식 트위터 캡처] 반대표와 기권표, 아예 표결에 불참한 나라를 모두 합치면 193개 유엔 회원국의 절반을 넘는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기권한 국가에는 인도, 브라질, 남아공,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카타르, 쿠웨이트,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결의안 통과에 따라 앞으로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결의안을 제기하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발언권도 잃게 된다.
자격정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명목상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남아있을 수 있지만, 쿠즈민 차석대사는 결의안 채택 직후 연설에서 "불법적이고 정략적인 조치"라고 반발하며 이날 곧바로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대사는 "해고된 후에 사표를 낼 수는 없다"며 러시아의 행동을 비판했다.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중국의 장쥔 대사는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은 새로운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인권 분야의 대립을 더욱 심화시킨다"며 "불에 기름을 추가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로프 스쿠그 유럽연합(EU) 대표단장은 "이번 총회가 오늘 내린 보기 드문 결정은 강력한 책임의 신호를 보내고 더 많은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발언한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는 끈질기고 지독한 인권 침해자가 UN에서 인권 관련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오늘 국제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