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집값' 덕에 권력 잡은 尹, '미친집값'에 기름 붓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4-01 17:02:54

규제·세제 완화 소식에 재건축 단지 등 집값 '꿈틀'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 커져…취약차주·금융사 위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주 요인은 '미친집값'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가 대통령 윤석열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은 대한민국을 '투기 천국'으로 만들었다. 투기꾼만 웃게 하고, 수많은 '벼락거지'를 양산했다.

'미친집값'에 대권을 잡았으니 '미친집값'을 해결하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의 시대적 사명일 터다. 투기수요는 줄이고, 다주택자는 집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어긋나는 흐름이다.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기 시작한 집값은 하락을 멈추고 다시 들썩거릴 조짐이다. 이미 규제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아파트 호가는 뛰고 있다. 다주택자는 집을 내놓기는커녕 '버티기'에 들어갈 태세다. 

'미친집값' 불씨 되살리는 '윤석열 인수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부동산정책은 규제완화 기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확대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들 규제완화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전망은 반대다.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로 시장에 매물이 늘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완화가 매물을 많이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금 팔지 않으면 중과하겠다는 경고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작년에도 실패한 정책이 올해라고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한다고 집을 내놓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는 것이 가장 빠른 주택공급인데, 양도세 중과 유예로 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종부세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확대안은 아예 집값을 띄우는 정책들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보유 부담은 감소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로 집값은 상승 전환 흐름인데 양도세 좀 깎아준다고 집을 파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전국 아파트값 내림세가 6주 만에 멈췄다. 강남 재건축 단지 여러 곳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터져 나왔다.

서 대표는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가격 하락 징후가 있었는데, 재건축 이슈 등이 흐름을 바꿨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집값에 대해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붉은 경고등' 깜빡이는 가계부채 

섣부른 대출규제 완화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역·집값에 상관없이 LTV를 70%로, 생애 첫 주택 구매의 경우는 80%로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LTV 완화를 주문했다. [뉴시스] 

LTV를 80%까지 풀어주는 건 지금같은 시기에 위험천만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규제와 대출을 풀어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다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폭락 경고는 거듭 나온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에 하방 압력을 주는 대내외 요인이 여전하다"며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도 최대 40% 폭락을 예상했다. 

은행이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줬다가 해당 주택 가격이 40% 떨어지면, 집값이 대출금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담보주택을 처분해도 대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없으니 은행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도한 대출은 은행 건전성에 큰 위협"이라며 "자칫 시스템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실여신 폭증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망가져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걸 시스템적 리스크라고 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집값의 90~100%씩 대출해주던 관행이 촉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의 집값이 하락하자 금융기관들은 부실여신을 회수할 길이 없어 픽픽 쓰러졌다.    

LTV 규제 완화의 효과를 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일정 부분 풀어줄 것이라는데 이 역시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가계에 능력 이상의 빚을 지우면, 부실 위험은 더 커진다. 한 교수는 "현재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00에 가깝다. 가계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대출을 갚는데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이렇게 크면 생활이 어렵다"며 "여기서 DSR까지 풀 경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지기 전에 DSR에 손을 대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집값 상승을 거쳐 가계부채 부실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저금리 기조라면 또 모르겠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 선을 초과하는 등 금리는 상승 추세다. 서 대표는 "금리 상승기에 대출이 많거나 수익구조가 취약한 계층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금리 상승은 지속될 텐데 규제를 풀어 가계 빚을 더 확대시키는 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지원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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