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 연체해도 경매 넘어간다"…금리인상기 위기 맞는 '영끌 주담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3-28 16:30:28
정 모(48·남) 씨는 주택 세 채를 소유한 다주택자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낮지만, 최근 계속해서 상승 추세인 금리가 걱정이다.
갑자기 늘어난 대출 원리금을 갚는데 허덕이던 정 씨는 결국 주택담보대출 한 개를 한 달 연체했다. 은행은 정 씨에게 두 달 연속 연체할 경우 담보로 잡힌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겨우 2개월만 연체해도 경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정 씨는 충격을 받았다.
개인사업자 김 모(43·남) 씨는 자가 소유자인데, 작년에 주택을 한 채 더 샀다. "집 사서 돈 벌었다", "집값은 영원히 오른다" 등 주위의 부추김에 넘어간 것이었는데, 요새 후회막심이다.
잠깐 오르던 집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 김 씨의 매입가보다 낮아졌다. 주택 보유세랑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도 부담스럽다. 가뜩이나 사업도 부진한데, 지출만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신경 쓸 곳이 많아 대출 통장을 미처 챙기지 못했던 김 씨는 얼마 전 은행에서 충격적인 내용증명을 받았다. 대출 원리금이 2개월 연체돼 경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은행은 빨리 원리금 상환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며, 회신이 없을 경우 경매 처리된다고 경고했다.
경매로 넘어가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 김 씨는 손해를 감수하고 주택을 한 채 파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 모(33·여) 씨와 남편은 둘 다 직장인이다. 한 씨 부부는 작년 초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한 채를 구매했다. 약 7억 원의 매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한계까지 받은 것은 물론, 남편과 한 씨 모두 신용대출도 받았다. 총 5억 원이 넘는 빚을 졌다.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더 미뤘다가는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은 공포심이 컸다. 그러나 한 씨가 집을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 한 씨는 요새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가격 현황을 보지도 않는다.
한 씨를 더 괴롭히는 점은 나날이 무거워지는 원리금 상환부담이다. 처음에는 매달 갚는 원리금이 140만 원 정도라 견딜 만 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로 지금은 약 200만 원까지 증가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거라는 소식에 한 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금리 상승세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다주택자들도 고민이 깊은데, 더 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은 영끌로 '막차'를 탄 투자자들이다.
집이 한 채뿐이라 팔고 나가기도 여의치 않은데, 갚아야 할 원리금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돈을 마련하지 못해 대출이 연체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낮고 대출 기간이 장기라 한계까지 받는 차주들이 많은데, "주택을 담보로 내놓는다"는 조건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대출이 연체됐을 때, 단순히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주택의 처분권까지 넘긴다는 뜻이다.
은행이 주택을 경매에 넘길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기까지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겨우 두 달만 연체해도 경매 대상이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2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해당 주택을 담보로 잡은 금융기관이 경매에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잘 모르다가 낭패를 겪는 차주들이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매에 넘기기 전에 은행이 미리 연락은 준다. 차주에게 문자를 보내고, 연체 채권 담당 직원이 전화를 건다. 등기우편으로 내용증명도 보낸다.
은행의 요구는 한결같다. 원리금 상환을 정상화하고, 연체된 채무는 연체이자까지 더해서 당장 내놓으라는 것이다. 결국 차주에게 돈이 없어서 빚을 못 갚을 경우 '경매'라는 가혹한 처분은 피하기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자의 사정이 어려울 때는 만기를 연장하는 식으로 채무조정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미 최장기, 30년 만기인 주택담보대출은 더 이상 만기를 연장해줄 수도 없다"며 "당장 연체채무를 갚지 못하면, 은행도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는 계속 오를 테니 현재 원리금도 감당하기 힘든 다주택자는 한두 채 정도 급매물로 정리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집이 한 채뿐인 영끌 투자자에게도 "빚을 갚기가 버거울 정도라면, 매각을 선택지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매는 최악"이라며 "일단 경매로 넘어가면 절반 가격밖에 못 받는 케이스도 흔해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자녀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등을 위해 해외로 장기간 떠나 있을 때도 주택담보대출을 꼼꼼히 챙길 것을 권한다.
해외에서는 우편을 확인하기 어렵다. 또 해외로 여러 달 떠나는 사람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국내 통신사와의 휴대폰 계약을 잠시 정지하고 현지 통신사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휴대폰 번호가 사용 중지되면 은행의 연락을 받을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 머물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대출 통장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국내 휴대폰도 완전히 정지시키기보다 최저가 계약으로라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