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만의 귀향'…비운의 제주 화가 태순 한우영
강정만
kjm@kpinews.kr | 2022-03-26 15:54:34
변시지 등과 '재일조선미술협회' 창설한 화가
유족들 생전작품 재생시켜 고향에 갤러리 개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출신 월북 화가 '태순 한우영 화백 갤러리'가 그의 유족들에 의해 고향에 세워졌다. 1920년생 북송선 탄 작가의 90년만의 귀향인 셈이다.
26일 오전 개관한 이 갤러리에는 화백의 원화 3점과 유족들이 간신히 구입해 재일본조선미술협회 활동 당시의 화집을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 10여점이 전시됐다.
이 갤러리는 일찍이 이 곳에 레몬뮤지엄을 만든 화백의 둘째 아들 한정삼 전 제주도의원이 2층에 만들었다. 이 곳은 한 전 의원의 농장이면서, 또 선친의 유작을 기념하는 기념전시관으로, 한 의원은 선친의 한을 달래려고 1년여의 노력 끝에 이 곳에 갤러리를 마련했다.
한우영 화백은 1950년대 일본에서 제주출신 화가 변시지 등과 함께 '재일조선미술협회'를 창설한 작가다. 다만, 그는 재일조선인 예술인 중 북한 쪽에 가까웠던 예술인으로 전해진다.
그가 남긴 '귀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작품은 당시 좌우익 갈등 속에서 월북을 기다리는 민중을 그려내 그의 사상성을 나타낸다. 대형의 조각상 '김일성 입상' 또한 자료로밖에 볼수 없지만, 이 상을 조각했다는 자체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또 몇 편의 논문을 남기고 있는데, 논제가 '현대미술가의 과제 –공산주의 건설과 미술가의 역할'이다.
스스로 귀국(월북)의 강박속에서 살던 그는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 때문에 북한행을 망설이다가 1962년 끝내 북송선을 타게된다. 하지만 그 후에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를 모른다. 유족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수합한 전언들은 말년에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됐다'는 정도이다.
그가 1965년 1월 일본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작품 하나는 국보(國宝)로서 국가에서 수매되었다"고 밝혀 북한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한 전 의원은 "이제라도 아버님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세상에 선보이에 되어서 자식의 도리를 조금이라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아버님 후손들이 흩어져 숨겨진 작품들을 하나라도 더 찾아 내고, 모으고, 전시하고, 사랑하며 자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강정만 기자 kj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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