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나자" vs 尹 "인사 부적절" 평행선…충돌 이유는

장은현

eh@kpinews.kr | 2022-03-24 16:35:31

文대통령 "답답…두 사람 만남에 무슨 협상 필요한가"
윤핵관 지적?…"다른 이들 말 듣지 말고 尹 직접 판단"
김은혜 "대단히 유감…덕담 자리 평가엔 동의 못해"
신구권력 충돌 인사권 문제…감사원 감사위원 핵심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어떠한 협상도 필요하지 않다.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만남을 촉구했다. 양측간 신경전이 계속되며 신구권력 갈등 국면이 이어지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서 바라 본 청와대와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맨 앞에 보이는 건물이 인수위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회의에서 "답답해서 한번 더 말씀드린다.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될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하냐"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는 윤 당선인 주변의 '윤핵관(윤 당선인 핵심관계자)'들을 비판하는 뜻으로 읽혔다. 윤핵관들의 '어깃장'으로 만남이 방해받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 판단으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윤 당선인과의 만남과 관련해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손을 내민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의 실무 협상이 난항을 겪자 직접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만남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인사권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양보 없이 여론전을 위한 '레코드용' 멘트만 날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다른 이들 말을 듣지 말라"는 지적은 윤 당선인을 깎아내린 것으로 비쳐 윤 당선인 측 반감을 살 만한 대목이다. 

윤 당선인 측은 즉각 불쾌감을 표하며 강력 반발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한 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에 두 분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사권 관련한 발언도 포함돼 있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라며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고 나면 가급적 인사를 동결하고 새 정부가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새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그간의 관행이자 순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만남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은 '임기말 인사권 행사' 문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야외 기자실(프레스 다방)에서 청와대가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명한 것을 '이사' 과정에 비유해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이라는 건 집을 샀을 때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대금까지 다 지불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등기 명의를 이전하고 명도만 남은 상태고 곧 들어가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법률적 권한과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 집을 고치는 건 잘 안 하지 않느냐"는 뜻이다. 사실상 윤 당선인 본인이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그런 차원에서 저는 원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임명하는 건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못박았다.

양측은 전날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청와대는 "한은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즉각 "협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인사권 갈등의 핵심은 한은 총재 임명보다 '감사위원' 임명 문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지켜보면 (문 대통령이) 감사위원을 임명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지 않나 그렇게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위원을 임명하면 그 분은 당선인과 함께 일할 분이지 않냐"며 "임명하고, 검증하고, 인사 요청까지 충분히 시간을 줬냐. 정부가 며칠을 기다린 건가. 지금 청와대가 임명을 하고 떠나겠다는 건 알박기"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뭐가 그렇게 두려워 이렇게 까지 하며 갈등을 부추기나"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감사원의 의사 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7명이다. 현재 2분이 감사원 출신이고 3분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성향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4대 3을 만들어 놓고 가면 어떤 감사가 진행될 수 있나. 이 정권에서 하는 모든 일의 방점이 여기 있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청와대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내심 문 대통령의 인사 철회 혹은 인사 보류 조치를 요구하는 눈치다.

인수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는 24일 감사원 업무보고시 감사위원 제청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요청이 있을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인수위 차원에서 감사원의 독립성을 위해 지적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최근 15년간 당선인 확정 후 현 정부가 임기 4년인 감사위원을 임명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자체조사 결과 문 정권의 임기말 측근 챙기기용 알박기 인사가 총 59명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다.

김 원내대표는 "기관은 52곳이고 13명의 기관장, 이사, 감사 46명 등 다 합해 59명"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과 문 정권 청와대 출신으로 전문성과 무관한 보은성 인사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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