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집무실 충돌…盧·MB 정부조직법 갈등 재판?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3-22 14:37:28

尹측 통의동 집무 예고…文대통령 "안보빈틈 없어야"
文·尹만남 기약없이 표류…'靑 이전' 최대 걸림돌로
2008년 MB '작은 정부' 추진에 盧 반기들고 맞서
MB취임 나흘전 개정안 통과…집무실 이전도 닮은꼴
유인태 "尹 양보 순리" vs 김종인 "文이 협조해야"

새 정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의 정면충돌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정권 이양이 차질을 빚어 국정 난맥이 우려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은 지난 16일 무산된 뒤 기약 없이 표류중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UPI뉴스 자료사진]

문 대통령이 22일 '집무실 전투'에 직접 참전한 건 비관적 신호다. 청와대 입장 선회의 '퇴로'를 사실상 막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며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청와대는 윤 당선인의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구상에 '안보 우려'를 들어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 메시지는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을 향해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집무실 이전 계획 수용을 호소했다. '용산 이전' 의지 불변을 재확인한 셈이다. 전날엔 "문 대통령이 정권 인수인계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통의동 집무' 카드로 맞대응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도 부정적 인식을 직접 드러내며 '용산 프로젝트'의 불씨를 꺼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 그래도 '문·윤 대면'에는 걸림돌이 쌓여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과 임기말 인사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수차 협의를 갖고 이견 해소를 시도중이다.

그러나 집무실 이전은 절충 여지가 별로 없는 의제다. 더 큰 걸림돌이 추가된 형국이다. 양측 협의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권에서 2008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사례가 소환되는 배경이다. 집무실 이전 충돌이 14년 전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노 전 대통령과 MB 갈등의 닮은 꼴이라는 얘기다.   

역대 정권 교체기에 대통령과 당선인은 대선후 열흘 안에 최소 일회 이상 만났다. 김대중 당선인은 취임 때까지 김영삼 대통령을 총 여덟번 대면하며 정권 이양을 긴밀히 협의했다. 노 대통령과 MB는 대선 후 9일 만에 청와대 만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한번 더 만나 정권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그러나 14년 전에는 MB 정부가 출범하기 전 정부조직 개편이 신·구 권력 갈등의 진앙이었다.

MB 인수위는 2008년 1월 16일 실용주의 기치 아래 '작은 정부'를 표방했다. 18부4처였던 당시 정부 조직을 13부2처로 축소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했다.

MB는 대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개편안 추진을 밀어붙였고 무난한 국회 처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당선인 측과 정면으로 맞섰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1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떠나는 대통령이라 해서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해 2월 5일 여야 원내대표와 MB 인수위 김형오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6인 협의 기구가 구성됐다. 보름 협상 끝에 해양수산부를 없애고 통일부, 여성가족부를 존치하는 내용의 합의안이 나왔다. MB 임기 나흘 전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MB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으로 조각을 100% 마치지 못한 채 반쪽 임기를 시작했다. 지금 상황도 그때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집무실 이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어렵게 집무하게 된다. 경호·보안 시설이 미비되고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이 양보해야 '치킨게임'을 피할 수 있다. 여야 원로의 주문은 딴판이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일정을 합리적인 선에서 당선인 쪽에서 조금 양보를 하는 게 순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다. 유 전 총장은 "집무실 이전을 조금 몇 달이라도 (늦추고), 급하게 하려고 그러면 예를 들어 광복절까지 비우라든가 (하면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은 새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데 적극 협력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을 만나 얘기하면 풀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곧 두 분이 만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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