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국영TV '생방송 시위' 언론인 33만원 벌금형
김당
dangk@kpinews.kr | 2022-03-16 18:45:04
생방송 앵커 뒤에서 '전쟁 반대' 피켓 들어…"푸틴 위한 선전 부끄러워"
오브샤니코바의 가신스키 변호사, 벨라루스 출신으로 재야인사 단골변호
러시아 국영TV의 생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돌발 시위를 벌인 언론인이 그간 침묵을 지켰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며 시위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15일(현지시간) BBC 방송, 독일 dpa통신, 폴란드 매체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성 프로듀서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는 시위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 수년간 크렘린궁의 선전을 위해 일해오면서 침묵을 지켰던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침략에 대한 책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한 사람에게 있다"며 "이 모든 광기를 멈추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위하러 가자"면서 "두려워하지 마라.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가둘 수는 없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드는 것을 묵인했던 게 부끄럽다"면서 "우리는 이런 비인도적 정권을 목도하면서도 잠자코 있었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어 "(자신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 어머니는 러시아인으로 평소에는 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오브샤니코바는 전날 시위 직후 체포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튿날 저녁에서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브샤니코바는 14시간 넘게 심문을 받은 뒤 러시아 시위법을 위반한 혐의로 3만루블(약 33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다.
다만 이 벌금형은 생방송 시위 때문이 아니라 후속 영상에서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반전 움직임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변호인 측이 설명했다.
생방송 시위에 대한 혐의도 인정되면 처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 폴란드 매체는 "그녀의 운명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오브샤니코바가 러시아군에 대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는지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오브샤니코바 사건에서 러시아 군에 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적용되면 최고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대신 '특수군사작전'으로 칭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브샤니코바와 진실을 전달하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오브샤니코바를 대신해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며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그녀를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브샤니코바의 행동을 "훌리건"이라고 비난했지만 문제는 방송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브샤니코바를 변호한 안톤 가신스키 변호사는 벨라루스에서 반정부 인사들을 변호하다가 쫓겨났으나 지난해 러시아에서 변호사 면허를 취득했다.
가신스키 변호사가 오브샤니코바와 함께 법정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녀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었다.
가신스키는 벨라루스에서 반정부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안드레이 알락산드라우와, 벨라루스 야당 활동가이자 블로거인 라만 프라타시에비치와 그의 파트너인 러시아인 소피아 사피에를 변호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그리스에서 휴가를 마치고 아테네발 빌뉴스행 여객기를 타고 오다가 기내에 폭탄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벨라루스 수도에 착륙한 가운데 체포∙구금된 바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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