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투표 대란' 재연되나…얼마나 몰릴지 예측 불허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3-08 15:11:43
일반인 투표완료까지 대기 길거나 혼잡하면 문제
노령층 투표 포기 우려…'참정권 침해' 논란 일수도
野 "확진자 외출시간(5시50분) 늦춰 투표 포기 유도"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8일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대국민담화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투표에 참여해 주신 유권자들께 감사드리며 불편과 혼란을 겪으신 유권자와 현장에서 고생하신 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선관위는 심기일전해 모든 유권자가 참정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했고 투·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되었거나 격리중인 유권자를 위한 참정권 보장 대책도 재점검했다"고도 했다.
노 위원장은 국민의힘 등으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으나 거취에 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9일 본투표에서도 확진·격리 유권자 관리에 구멍이 뚫려 대란이 재연된다면 퇴진 여론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위원장은 대책을 재점검했다고 언급했으나 현장에선 어떤 혼선이 빚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본투표 당일 확진·격리자가 투표소에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투표 포기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때 서울 강동구 상일1동 투표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부 확진·격리 유권자가 신원 확인을 하고도 기다리다 지쳐 투표를 안하고 중도 귀가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들의 본투표 참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불투명하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아닌 본투표에선 '다음 기회'란 없다.
장시간 대기 탓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많으면 '참정권 침해'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지난 7일 마련한 대책에 따르면 확진·격리자는 일반 유권자가 이용하는 기표소에서 투표한다. 확진·격리자는 본투표 날 방역 당국에서 일시 외출 허가를 받아 오후 5시 50분부터 투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정됐다. 투표 시작은 6시부터다. 종료는 7시 30분. 그러나 그 안에 투표소에 도착해 대기표를 받으면 종료 시각 후에도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
현재로선 확진·격리자가 오후 6시부터 곧바로 투표하기는 어렵다. 일반 유권자가 투표를 모두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오후 6시까지 투표장에 입장하면 투표가 가능하기에 종료 시간은 몇 분, 몇십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시설물 방역을 위한 시간을 고려해야한다. 투표 관리 인원은 확진·격리자 투표에 대비해 방호복을 갈아입는다.
이 사이 코로나 감염 우려로 확진·격리자는 일반인과 동선이 분리된 투표소 밖 별도 장소에서 대기해야 한다. 투표소에 따라 대기장소가 실내 또는 실외에 마련될 예정이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사전투표율을 감안하면 본투표에도 많은 인원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앞선다. 오후 6시까지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확진·격리자가 겹쳐 대혼잡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일부 투표소는 일반인과 확진자 동선을 분리하기 어려워 방역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럴 경우 거동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고연령층부터 대기 행렬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20만2721명을 기록했다. 재택치료자 수는 116만3702명으로 전날(115만6185명)보다 7517명 늘었다.
하지만 선관위조차 본투표 당일 얼마나 많은 확진·격리자가 참여하고 이에 따른 대기 시간은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전투표 때와 같은 대란이 방지될지는 미지수다.
중앙선관위 김재원 선거국장은 전날 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과거에는 보통 아무리 늦어도 오후 6시30분 정도에는 투표 마감이 되는데 이번에는 투표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과거 상황으로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요청으로 방역당국은 대기시간 최소화를 위해 확진·격리자의 외출허용 시간을 당초보다 20분 늦추기로 해 오후 5시50분 이후로 조정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선관위가 또다시 본 투표권 행사에 더 큰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혹여 투표 외출 허용시각을 최대한 늦춰 확진자의 투표 포기, 투표 장애를 유도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아주 고약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이런 불신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확진자의 투표 시간을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최소 3시간은 보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선관위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때문에 투표시간을 충분히 부여받지 못하는 반(反)헌법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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