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이대남'에게만 양보 강요한 문 정권의 내로남불 개혁
UPI뉴스
| 2022-03-07 11:28:54
문 정권은 진보 빙자해 이를 이대남에게 떠넘겨
90% 육박 이대남의 문 정권 지지율, 20%대로 추락
이대남과 페미니즘 화해 원하면 '원인'부터 직시해야
최근 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글로벌이 72개국 기업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 등을 분석한 '우먼 인 더 보드룸' 보고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 이사회에 등록된 여성 비율은 4.2%로 전 세계 평균(19.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종교·문화적 이유로 제한돼 있는 중동 3개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여성이사 비율이 사실상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이렇듯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국제 통계는 매년 몇 차례씩 보도되곤 한다. 우리가 이런 통계에 자극받아 어느 분야에서건 명실상부한 남녀평등을 위해 애쓴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가 이대남(20대 남성)의 정치·사회적 성향과 파워에 대한 뜨거운 논란, 즉 '이대남 신드롬'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부추기는 용도로 소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성불평등지수에선 한국은 2016년 이래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 주로 소개되는 통계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다. 이 통계에선 한국은 늘 하위권에 갇혀 있다. 그간 이 통계에 대해 말이 많았다. 이미 16년 전인 2006년 중앙일보 기자 최지영은 한국이 115개국 중 92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해 이 통계가 나라별 특성을 무시하고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무게를 두고 평가하다 보니 일본(79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하위권에 그쳤으며, 특히 한국 여성이 가정 내에서 가지고 있는 경제권과 주택 구입, 자녀 교육 등에 대한 발언권 등 한국적 특성을 무시한 조사라는 평가를 소개한 기사였다.
박민영은 최근 출간한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에서 이 통계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문화적인 문제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걸 비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성평등 수준이 여성에 대한 종교·문화적 차별을 노골적으로 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낮은 게 말이 되느냐며 '엉터리 통계'라고 일축한다.
엉터리 통계일망정, 여성의 사회 진출, 특히 성별 임금격차에서 한국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건 흔쾌히 인정할 필요가 있겠다. 성별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한국이 늘 1위를 차지해왔다. 이는 한국의 여성이사 비율이 사실상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는 통계와도 일맥상통한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69.6%다. 그런데 박민영은 이대남 문제와 관련해 "성별 임금격차 통계는 '허구'다. 정확히는 여성계와 정치권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통계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핵심은 임금격차는 나이에 따라 크게 다른데, 55세 이상은 45%, 30대 이상부터는 35%의 차이가 나지만, 20대의 경우는 5∼8%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임금격차의 가장 큰 수혜자인 50대 남성의 빚을, 이대남이 대신 갚는 모양새"인데다 산업, 직종, 업무강도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임에도 전체의 성별 임금격차 통계가 주로 이대남을 윽박지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걸 문제삼는다.
사실 그간 이대남 관련 논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전체 성별 임금격차의 책임은 이대남이 아닌 기성세대에게 따져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그 책임을 '진보'를 빙자해 이대남에게 떠넘기는 자세를 보였고, 이는 각종 정책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났다. 이 또한 문 정권의 속성이라 할 내로남불이었다.
성별 임금격차의 요인인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른바 '캠코더 인사'를 통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요직을 장악한 문 정권 인사들은 우선 자신들의 분야에서부터 그 문제와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득권의 양보'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기득권은 사수하면서 이대남을 대상으로만 양보의 미덕을 역설하고 강요했으며, 그걸 가리켜 '진보적 개혁'이라고 외쳐댔다. 이런 식의 '진보적 개혁'은 전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게 바로 '이대남 신드롬'을 만든 결정적 이유였다. 출범 당시 문 정권에 대한 이대남의 지지율은 90%에 육박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이제 20%대로까지 추락한 건 바로 그런 '책임 전가' 때문이었다. 기가 막힌 건 기성세대, 특히 진보 정치권과 지식인들이 보인 적반하장 태도였다. 이들은 이대남의 '보수성'을 비난하는 망언·실언들을 양산해냈는데, 꼰대인 내가 봐도 어이가 없는 게 너무 많았다.
'이대남 신드롬'에 관한 논의는 감정이 뒤섞이면서 증폭된 형태로 나타나는 '증상'보다는 그렇게까지 악화된 사태의 원인 규명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일단 선의 해석을 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상호 오해와 과장을 걷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건 대선 이후의 주요 정치·사회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꿈같은 이야기일망정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화해를 꼭 보고 싶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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