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된 투표용지 부산서도 배부…선관위원장은 출근도 안해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3-06 14:25:01
서울 은평구 유권자 3명에겐 이재명에 기표된 용지
선관위 "혼잡한 상황서 사무원이 착각…단순 실수"
노정희 위원장 비상임 이유로 결근…"부적절" 지적
20대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게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받는 황당한 일이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벌어졌다. 투표소 측 실수로 부산에서 이런 일을 당한 유권자가 6명나 됐다.
중앙선관위가 미리 정한 절차에 따르면, 사전투표소에 온 확진·격리 유권자는 먼저 투표용지와 '임시 기표소 봉투'를 받는다. 유권자는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기표하지만, 이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는 못한다. 대신 임시 기표소 봉투에 넣어 투표사무원에게 건네줘야 한다. 투표함에 표를 넣는 건 투표사무원이 한다.
지난 5일 오후 6시 4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 확진·격리자 유권자 6명은 신분 확인 후 투표하려고 임시 기표소 봉투 안에 든 투표용지를 꺼내다가 깜짝 놀랐다. 투표용지가 가로, 세로로 접힌 자국이 선명한 '헌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등에게 이미 기표도 돼 있었다.
유권자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항의하자 투표소 측은 "다른 확진자가 투표한 용지를 투표함에 넣었어야 했는데 모르고 다시 나눠줬다"고 해명했다.
이들 6명은 다시 신분 확인을 거쳐 새 용지에 기표한 뒤 직접 투표함에 넣거나 투표소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같은 날 서울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는 유권자 3명이 이 후보에게 기표된 용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았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디지털본부장인 이영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 전날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결과를 보고했다. 이 의원은 "(서울) 은평구에서 임시 봉투에 특정 후보가 기표된 용지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 '단순 실무자의 실수이다'라고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검증되지 않은 안일한 대답을 했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이 '단순 실수'라고 주장한 근거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국 확진자 사전투표에선 확진·격리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까지 옮기는 과정에서 투표사무원들이 쇼핑백이나 바구니, 종이 상자 등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중앙선관위가 확진·격리 유권자 여러 명의 표를 한꺼번에 투표함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규격화된 상자 등을 준비해놓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 추궁에 대해 "확진자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몰리다보니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기 위해서 실무자 단에서 편리함을 위해서 진행한 건"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영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설명이라고 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얼마나 현장 관리 능력이 부재했는지, 매뉴얼을 갖추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사전투표 논란 당일 선관위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야당은 "선거관리의 총책임을 진 중앙선관위원장이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경준·김웅·김은혜·이영 의원 등은 전날 오후 10시쯤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참관인들도 없이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으로 운반되는 등 문제가 속출하자 실태 파악을 위해 선관위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청사에는 노 위원장은 없고 사무총장 등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 의원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선관위 측에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위원장은 왜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며 "그런데 선관위는 '노 위원장은 비상근직이라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법적으로 비상임인 건 맞으나 전례 없는 확진자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만큼 출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사태,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하고 전국민적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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