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낡은 기득권' 품에 안긴 안철수의 새정치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2-03-04 20:11:14

한국 정치판은 두 기득권 정당 독과점 상태
기득권 깨부수겠다던 안철수의 모순적 선택
위험 피하고 실리 챙겼으나 새정치 명분 잃어

한국 정치판은 독과점 체제다. 두 기득권 정당이 주거니 받거니 나눠먹는 정치다. 기를 쓰고 잘할 필요 없다. 상대가 못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두 기득권 정당은 지금껏 그렇게 권력을 누려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은 적이면서도 서로 먹여살리는,'적대적 공생' 관계다. 

이번엔 국민의힘에 기회가 왔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이 판을 깔아줬다. 촛불혁명 정부라는 문 정권은 느슨하고 기만적이었다.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뿐 손발은 기득권에 안주했다. '미친집값'과 '내로남불'이 그 결과요,증거다.

애초 촛불혁명 정부라는 작명부터 틀렸다. 그들이 잘해서 잡은 권력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계열 박근혜 정권이 국정을 말아먹은 결과일 뿐이다.

이런 정치권력 구조에선 미래를 위한 정치 상상력이 숨쉬기 어렵다.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네거티브만 힘을 쓸 뿐이다. 양당 기득권 정치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는 그런 양당 기득권 정치를 깨부수겠다던 사람이었다.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겐 '썩소'를 날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무능한 후보를 뽑으면 1년이 지나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대"라고도 했었다.

그랬던 이가 "무능하다"던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완주를 포기했다. 대선후 즉시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토록 혐오하던 양당 기득권 정치의 품에 스스로 뒷걸음질쳐 안긴 꼴이다. 

정권교체 민심이 절반을 넘어선 터에 자칫 정권교체 실패 책임을 뒤집어쓸 일이 신경쓰였을 법하다. 책임총리든, 당권이든 '당근'의 유혹도 컸을 것이다. "너무도 싫은 사람이지만 돈 보고 결혼한 것"(최재성 전 정무수석)이라는 비유는 정곡을 찌른다.

그렇게 위험을 제거하고 권력의 '어음'을 챙겼으니 당장의 손익계산서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없다. 안철수는 그 보다 큰 것,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잃었다. '새정치'를 입에 올릴 자격을 상실했다. 

애초 정치인 안철수를 키운 건 낡은 기득권 정치였다. 2012년 대선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는데, 낡아빠진 양당 기득권 정치가 판을 깔아준 덕분이었다. 당시 '안철수 현상'에 대해 스스로 '구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로 규정하지 않았나. 

안철수는 자서전에서 "인생의 전환기 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정치는 온데간데 없고 찢어진 깃발만 나부끼는 터에 그의 선택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것도 윤 후보가 당선됐을 때 얘기다.   

아직은 안철수가 챙긴 어음이 현찰로 들어올지, 부도가 날지 알 수 없다. 과반의 정권교체 여론이 윤 후보의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대선은 과거회귀 투표인 총선과 달리 미래전망 투표 성격이 강하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5년간 내 삶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 심판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누가 더 '시대정신'을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정권교체 여론은 지금보다 높았지만 결과는 정권재창출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과반(51.6%) 득표로 당선됐다. 박 후보는 당시 '경제민주화'를 선점했다. 단물 쏙 빨아먹고 버렸지만 말이다.

▲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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