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 채용·상표 등록…배터리 1위 中 CATL 한국 '침공'
김혜란
khr@kpinews.kr | 2022-03-03 10:23:04
현대차의 저가 LFP 확대로 양사 협력 관계 강화될듯
소문만 무성했던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한국 침공'이 가시화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지사를 중심으로 배터리 관련 엔지니어를 채용했고, 자사 배터리 상표등록도 마쳤다. 지난해부터 배터리 업계에서 'CATL이 한국에 사무실을 갖췄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구체적인 경영 활동은 없었다.
CATL은 막강한 내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업체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 296.9GWh(기가와트시) 중 3분의1(32.6%)을 CATL이 차지했다. 전년 24.0%보다 점유율을 더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020년 23.4%에서 지난해 20.3%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ATL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테슬라와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확대 채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LFP는 LIB(리튬이온배터리)나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가라는 이점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3일 헤드헌터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지난달 한국지사에서 근무할 '현장기술지원 엔지니어' 채용을 마쳤다. 또 지난주부터 채용을 시작한 '오류 분석 엔지니어'는 이날 채용이 마감됐다. CATL의 한국 사무실은 서울 역삼동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ATL은 2월 초 특허청을 통해 자사의 배터리 상표등록도 마쳤다.
CATL 한국지사 현장기술지원 엔지니어 채용 요건에는 '현대차와 기아 업무 보고서 작성에 능통한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다. CATL의 한국 진출에 현대차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일 현대차는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기존에 쓰던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에 더해 LFP 배터리를 확대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LFP 배터리의 90% 이상은 중국계 배터리회사들이 공급한다. 이 중 절반가량은 CATL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일부 차종에 CATL 배터리를 쓰고 있는데, 앞으로 이 수주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차에만 들어갔던 LFP, 가격 경쟁력 앞세워 파상공세
그동안 중국차에 주로 채택됐던 LFP는 최근 그 위상이 달라졌다.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배터리 팩 설계기술로 에너지 밀도가 높아졌고, 독자 기술로 공간활용도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해 온 분야는 NCM 등 삼원계 배터리였다. 문제는 원가 경쟁력. 중국처럼 저가로 재료를 수급하기 어려워 원가 경쟁력은 밀렸고 세계 점유율도 하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는 스탠다드 트림의 배터리를 기존 삼원계에서 LFP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앞다퉈 LFP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배터리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뿐 아니라 인력난으로 비상이다"라며 "CATL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국내 인재를 적극 채용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에 진출하는 게 법적으로 어렵게 돼 있지만 중국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이 여러모로 중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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