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초가' 우크라이나…러시아의 훈련 가장한 '키예프 침공' 우려
돈바스합병∙동부점령∙전면전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푸틴 선택은?
미 "러, 지난 하루동안 우크라 접경 병력 증강…전술부대도 추가"'연합군 결의(Allied Resolve)-2022'로 명명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의 본 일정이 10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된다.
▲ '연합군 결의(Allied Resolve)-2022'로 명명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의 개시를 알리는 러시아 국방부 누리집 사진 [러시아 국방부 제공] 훈련의 목적은 양국의 군사적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군대의 준비태세를 평가하고 연합국 국경에서의 위협을 무력화하고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공동 행동 옵션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연합훈련 평가 및 검증은 2단계로 진행된다.
종료된 1단계(~2. 9)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벨라루스 공화국 영토에 전술부대를 배치해 영공 방어와 중요한 국가 및 군사 시설을 보호∙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도마노프스키, 고츠스키, 오부즈-레스노프스키, 브레스츠키, 오시포비치스키 등의 훈련장에서 탱크와 장갑차 등이 중심이 된 기계화보병 부대들이 전술기동과 실제 사격 등이 포함된 통합훈련을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 각지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일대로 병력과 장비가 이동했는데, 이 중에는 폭동 진압부대 성격의 러시아 국가근위대 차량이 우크라이나 북동 지역 국경의 쿠르스크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들은 러시아군 탱크가 돌파하고 지나간 우크라이나 후방의 치안유지나 게릴라 소탕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 탱크들이 지난 2일 벨라루스에서 기동연습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2단계(2. 10~20)는 연합국의 국익 보호와 테러 대응, 외부의 침략 진압 및 격퇴 과제가 포함된 'Allied Resolve-2022'의 본 훈련이다.
러시아는 연합훈련 참가 병력과 무기 시스템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로 평가받는 비엔나 문서(2011)의 행동규범을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훈련에 참여하는 병력과 주요 무기 시스템의 통지 대상인 비엔나 규범의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벨라루스-러시아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쟁을 우려한다.
훈련을 가장해 병력을 움직여 실제로 침공하는 시나리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용된 고전적 전법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삼면초가(三面楚歌)'의 신세이다.
▲고해상도 민간 위성 이미지로 본 2월 2일 러시아군 배치 현황. [Maxar 위성 이미지] 서쪽은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나머지 3면은 '적'들과 면해 있다.
북쪽은 벨라루스, 동쪽은 러시아, 그리고 동남쪽은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흑해함대가 포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부 국경 인근에 집중된 러시아 병력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전체적인 병력 배치가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지난 3일 벨라루스로 이동한 러시아 군의 "중대한 움직임"을 포착했다며,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병력 파병이며, 약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과 벨라루스에 지난 24시간 동안에도 병력을 증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술부대가 추가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할 때 전술부대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
▲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 탱크들이 지난 2일 벨라루스에서 기동연습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앞서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지난 1월 '러시아의 공격 다음날(The Day After Russia Attacks)'에서 외교가 실패했다고 가정할 경우 푸틴의 선택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강압적인 외교적 해결을 포함하는 것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점령지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합병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제한된 공세와 공군력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와 돈바스의 추가 영토를 탈취하는 것인데, 이는 승인의 연장 또는 완전한 합병의 일환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모든 공격 축에서 지상, 공중 및 해상 전력을 사용하는 전면적인 공격이다.
이 경우 벨라루스의 러시아 연합군은 우크라이나 동쪽과 남쪽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할 우크라이나군을 붙잡아 두거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복을 재촉하기 위해 키예프로 진격할 수도 있는 '꽃놀이패'다.
▲ 벨라루스의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 'Allied Resolve-2022' 훈련 장소 [러시아 국방부 제공]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 첫날 러시아 국방부가 전하는 합동 군사훈련 소식은 아직 평온하다.
하지만 서방국들은 러시아 군이 합동훈련을 핑계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벨라루스 내 러시아 병력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불과 90km 떨어져 있다. 수도 점령은 우크라이나의 목을 누르는 급소다.
러시아는 이미 키예프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있는 브랸스크의 클리모보 군수시설에 장갑차와 트럭을 집결해 놓은 상황이다.
지난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돈바스 내전을 앞두고도 러시아는 60량의 객·화차를 연결한 열차로 병력과 장비를 클리모보 역사로 운송해 현지에 통신·지휘 작전본부, 의료센터, 막사 등을 설치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합동훈련 종료 뒤 벨라루스에서 자국 병력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서방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군이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며, 특히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에 핵을 배치해줄 것을 최근 공개적으로 제안해온 점 등을 거론했다.
2014년에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병력은 훈련 임무를 수행 중이며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월 3일 벨라루스 국방장관과 함께 연합훈련 상황을 쌍안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당시 돈바스 전쟁을 지휘한 세르게이 국방장관은 지금도 국방장관이다. 세르게이 국방장관은 최근 벨라루스 국방장관과 함께 연합훈련을 참관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러시아군 통수권자 푸틴은 지금도 대통령이고, 그때처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는 러시아군 병력 10만여 명을 집결시켜 놓고 있다.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이 개시된 10일, 푸틴 대통령은 NATO에 러시아 안보에 대한 포괄적인 법적 보장을 제공할 것을 공개 촉구했다. 이는 푸틴의 '최후의 통첩'일 수도 있다.
미국이 러시아가 연합훈련 및 동계올림픽 기간에 '언제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