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사도광산, 내달 1일 세계유산 신청할 것"
장은현
eh@kpinews.kr | 2022-01-28 20:51:44
아베·다카이치 등 우익 정치인 추천 압박에 결정한 듯
韓 "강한 유감…관련 시도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
일본 정부가 28일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일간 과거사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과 관련해 "올해 신청해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 실현에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등재 실현을 위해 관계 부처가 참가하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역사적 경위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반발에 대해선 "한국의 의견은 알고 있다"며 "냉정하고 정중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니가타현에 위치한 사도광산에는 최소 1200~2000명의 조선인이 동원돼 강제노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는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또 일본이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근대 산업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 일도 상기했다.
조선인 강제노역의 또 다른 현장인 일본 근대 산업시설은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며 당시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함께 알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해 12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추천을 미뤄왔다. 한국의 반대로 등재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해 일본 외무성 등에선 추천을 보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지역과 우익 정치인들의 거센 반발과 압박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내년으로 미루면 등재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국 등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압박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추천하는 게 지금보다 상황이 불리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올해 추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추천 시한인 내달 1일 각의(국무회의격)를 열고 승인 절차를 거쳐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회의회(ICOMOS·이코모스)는 현지 조사를 포함한 약 1년 반 동안의 심사를 거쳐 내년 6~7월에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한일 양국은 2015년에 이어 다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유네스코 회원국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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