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멘토' 무정스님, 탄허스님 밑에서 허드렛일하며 정·관계 인맥 쌓았다"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2-01-27 11:11:36
"무정 조모 영은사 시절 재가…부친 고무신가게 운영"
20대 윤석열과 만나 "검사 팔자…김건희와 결혼해라"
UPI뉴스 작년5월 '윤석열-무정 결별'기사 사실로 확인
"'검찰총장 尹', 극우보수 성향 무정과 거리 뒀다"
대한민국 역대 선거에서 이번 대선처럼 무속과 역술의 늪에 빠진 적은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주변엔 무속·역술인들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천공스승, 건진법사 등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인물들이다.
'무정스님'도 윤석열 부부와 깊은 인연을 맺은 무속·역술인 가운데 한 명이다. 무정스님의 본명은 '심OO'이며, 가명으로 '심실', '심희리'를 쓴다. 1944년 생으로 올해 만 78세다. 무정스님으로 불리지만, 정식 승려는 아니다. 역술인, 관상가에 가깝다.
무정스님은 윤 후보와 김 씨에게 단순한 지인이 아니다. 윤 후보와 김 씨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후보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윤 후보 부부의 인생 좌표를 설정해준 스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난해 7월20일 김건희 씨와 유튜브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전화 통화 내용만 들어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7시간 통화 녹취록'에 담긴 김건희 씨의 무정스님 관련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 "우리(윤석열-김건희 부부) 주변에 강원도 출신 스님이 있는데 말이 스님이지 진짜 스님은 아니다."
△ "그 사람(무정스님)이 나(김건희)한테 '너는 39살이 지나야 결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 "그분이 나서서 나와 남편(윤석열)이 결혼했다."
△ "우리 남편이 20대 때 그 스님을 만났다."
△ "남편이 원래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그 스님이 '3년 만 (사법고시 준비를) 더 하라'고 했다. 그래서 붙었다. 검사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할 팔자'라고 해서 했다."
'김건희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까지 '윤-김 부부' 중매쟁이와 관련해선 두 가지 설(說)이 있었다. 첫 번째가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다.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 씨는 2011년 서울동부지검에서 사기사건 피의자로 조사받을 때 "딸이 2년 간 교제한 사람과 결혼하는데, '라마다(라마다르네상스호텔) 조 회장(조남욱 전 회장)'이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가 무정스님이다. 김건희 씨는 2019년 6월 여성조선 인터뷰에서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바로 그 스님이 무정스님(심OO씨)이었던 것이다.
심 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 씨는 '심OO', '무정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도대체 얼마나 신통력이 있기에 대기업 회장이 이토록 자주 만난 것일까.
UPI뉴스 취재진은 지난해 8월, 당시까지만 해도 안개 속에 가려진 그의 행적과 실체를 취재하기 위해 심 씨의 고향인 강원도 삼척으로 갔다.
심 씨가 주역, 관상학 등을 공부한 곳은 삼척 영은사다. 영은사는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강원도 평창군 소재) 소속이다. 심 씨가 이곳에 머문 때는 1960년대. 때문에 심 씨 행적에 대해 현재 영은사 관계자들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영은사 관계자는 심 씨에 대해 "지금 (영은사) 주지스님(정O스님)이 과거 오랫동안 주지스님으로 계셨던 스님(행O스님)께 연락해보니, 절 뒷산 토굴(작은 암자)에서 지냈다더라"고 말했다. 심 씨가 지냈던 토굴은 10여 년 전 산불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되레 그의 행적은 영은사 아래 궁촌리에서 더 들을 수 있었다. 궁촌리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심 씨 집안은 원래 경북 출신이다. 일제강점기에 기근을 견디다 못해 심 씨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비교적 먹거리가 풍부한 바닷가 삼척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할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은 영은사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심 씨 할머니는 영은사에 와서 재가해 아이를 낳았고 심 씨 아버지의 이복형제는 지금도 삼척에 살고 있다.
영은사에서 생활하던 심 씨 아버지는 결혼 후 가족 생계를 위해 절을 나와 삼척 장호항으로 이사했다. 거기서 고무신 가게를 운영하면서 2남1녀를 키웠는데, 그중 둘째가 심 씨다. 동네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심 씨는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했다. 그 시대 여느 집안처럼 그의 형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심 씨에게까지 학업의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다.
"심 씨 아버지도 아들을 '심 도사'라 부를 정도로 총명"
대신 그가 택한 길은 영은사 토굴에서 역술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장호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주민의 말이다. "당시 영은사와 여기 장호항을 오가는 버스가 있었다. 어쩌다 영은사에서 공부하던 심 씨가 (장호항에 사는) 아버지 집에 오면 마을 사람들 사주를 봐줬는데, 신통하게 잘 맞췄다. 심 씨 아버지도 자식을 '심 도사'라고 부를 정도였다."
암자에서 주역 공부를 하던 심 씨의 인생 분기점은 탄허스님을 만나면서였다. '신화엄경합론'을 쓴 탄허스님은 우리나라 현대불교의 대표적인 학승이다. 월정사 조실과 동국대 재단(동국학원) 이사를 지냈다. 탄허스님은 1958년부터 1962년까지 영은사에서 정진했다. 영은사 신도들에 따르면 심 씨는 탄허스님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탄허스님을 찾아온 정·관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을 알게 된 시점도 그때였다고 한다.
탄허스님이 월정사로 떠난 1960년대부터 심 씨도 자신의 활동 무대를 강원도 강릉으로 옮겼다. 윤석열 후보의 외가도 강릉이다. '7시간 녹취록'에서 김건희 씨는 윤석열 후보가 20대 젊었을 때 심 씨를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강원지역 정가에선 연이은 고시 낙방으로 고민하던 윤 후보가 강릉에서 자연스럽게 심 씨를 만났을 것으로 본다.
심 씨 "문재인 망한다" 발언 후 윤석열과 멀어져
7시간 녹취록에서 김건희 씨는 "그분(심 씨)은 한국에 잘 안 있고, 히말라야 등에 가서 기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UPI뉴스에 제공한 자료엔 1998년 3월 심 씨와 조남욱 회장이 네팔공항 공사 현장에 함께 간 사진이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당시 네팔 현장소장의 전언에 따르면 조 회장이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와 '현장에 VIP 한 분이 간다. 공사 관계자는 아니고, 기도하러 가는 분이니 극진히 잘 모셔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윤 후보와 심 씨의 돈독했던 관계에 크게 금이 갔다. 지난해 3월 말, 윤 후보가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고 대선 행보에 막 나서려던 때였다. 윤 후보와 가까운 검찰 관계자는 UPI뉴스에 "윤석열 총장이 무정스님이란 분과 무척 가까웠는데 사이가 멀어졌다"며 "무정스님은 일정한 거처가 있는 스님이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점괘를 봐주는 꽤 신통한 역술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무정스님' 두 사람이 결별한 사실을 UPI뉴스는 지난해 5월17일 ''친(親)불교' 윤석열, OO스님에 등 돌린 사연'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 언급한 'OO스님'이 바로 심 씨다. 당시 UPI뉴스는 "OO스님이 정치적으로 극우보수 성향이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이 된 후엔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고 보도했다.
7시간 녹취록에 있는 김건희 씨 발언도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었음을 뒷받침한다. 녹취록에 나온 김 씨 발언이다.
"그 분(심 씨)이 한번은 우리 남편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 이러는 거예요.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요?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었어요. 지금까지도 안 봐요."
심 씨는 강원도 동해시 동부산업 황하영 대표와도 인연이 각별하다. 황 대표 아들은 김건희 씨와 윤 후보 수행 비서인 황모 씨. 심 씨는 2012년 3월부터 한 달간 황 씨가 대표로 있는 동부산업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심OO-윤석열-황하영'이 끈끈한 관계였음을 짐작케 하는 정황이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