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김지영
young@kpinews.kr | 2022-01-20 19:30:5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김잔디(가명) 씨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의 부제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이다.
이 책엔 피해자 자신이 입은 피해와 고소 과정, 박 전 시장 죽음 이후의 2차 가해 등에 대한 내용과 심경 등이 담겼다.
저자는 3대째 공무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약간의 원칙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시 산하기관에 근무하던 중 갑자기 서울시장 비서직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원하지도 않았기에 좀 의아한 가운데 면접을 봤다. 다음 날 시장 비서실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아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15년 일이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명감을 가졌던 고용노동부에서의 일을 제치고 온 자리가 누군가를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자리라니"라며 자괴감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그는 2019년 중반까지 4년 넘게 박 시장 비서로 일했다. 박 시장의 일정 관리, 간식 준비, 낮잠 깨워드리기, 손님 다과 준비, 시장 서한 발송, 박 시장 가족의 장보기와 박 시장의 약을 대리처방으로 타오는 일 등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
박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시점도 공개했다. 그는 "2017년 상반기부터였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시장 집무실에서 벌어졌던 박 시장의 성추행 등 가해 실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2020년 7월10일 박 전 시장이 한 마디 사죄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절규했고 미친 사람과도 같았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며 두 차례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자살'을 수없이 검색했고 개명 절차도 밟았다고 밝혔다.
그는 "2차 가해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고 마음 먹었다"며 "정치인, 학자, 고위공무원, 시민운동가와 같은 권력자에 의해 (2차 가해가) 자행됐다. (중략) 힘이 있는 사람들이 저를 괴롭히는 상황이 더욱 고통스러웠다"는 심경을 밝혔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제는 용기 내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며 "조금씩 살고 싶어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아픔을 과거형으로 끝맺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시청에 복귀해 공무원으로 다시 일하고 있다.
KPI뉴스 / 김지영 기자 you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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