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하이라이트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대선 얘기다. 중원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대선 판도를 결정짓는 필승공식이다. 영호남의 정치 지형이 여야로 뚜렷이 나뉜 선거판에서 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 표심의 향방이 대권을 가늠하는 경우가 많았다.
충청(대전, 충남북, 세종)에서 이긴 후보는 늘 대선의 승자가 됐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충청에서 이겨야 한다는 '대선의 법칙'까지 있다. 특히 충청권 인구(553만 명)가 호남(506만 명)을 넘어선 이후 중원 표심의 비중은 확대됐다. 충청권 승리가 당선의 발판이자 가늠자가 된 것이다.
▲ 유세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뉴시스] 출발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우세였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11월 11일 발표된 대선후보 여론조사(한길리서치)에서 24.7%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을 때 충청권 지지율은 33.8%로 국민의힘 지역적 기반인 영남보다 높았다.
윤 후보는 서울 출생이지만 충청 연고가 있다. 아버지 윤기중 전 연세대 통계학과 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다. 이 뿌리를 붙들고 '충청의 아들'을 내세우며 민심을 공략한 것이 지역에서 먹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처가도 충북 충주라지만 부각되지 않았다.
이런 효과로 윤 후보는 작년 12월 첫째 주까지 일 년 이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어도 충청권에서만큼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리얼미터의 12월 1주차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해 11월29일~12월3일 전국 18세이상 3054명 대상 실시)에서 윤 후보는 충청권에서 45.6%를 기록, 이재명 후보(36.7%)를 8.9%p차로 앞섰다. 같은 기간 한국갤럽 여론조사(자체조사로 지난해 11월30일~12월2일 전국 만 18세이상 1000명 대상 실시)에서도 윤 후보는 이 후보와 전국적으로는 36%대 36%로 팽팽했으나 충청권에선 41%대 31%로 오차범위 밖의 월등한 격차를 보였다. 이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5%, 심상정 후보는 2%에 머물렀다.
그러나 연말 부동의 1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건희 리스크'가 계기였다. 윤 후보의 상징자본인 공정과 상식에 균열이 생기고 이준석 당 대표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충청권 민심도 크게 요동쳤다.
새해 들어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퇴조가 뚜렷해졌다. 지난 3일 발표된 리얼미터 12월 5주차 대선후보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로 12월26일~31일 전국 18세이상 유권자 3037명 대상 실시)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39.2%로, 오차범위 내지만 이 후보(40.9%)에게 밀리는 흐름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6.6%로 상승했다.
한국갤럽 1월1주차 충청권 여론조사(자체조사로 1월 4~6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실시)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재명 33%, 윤석열 25%, 안철수 17%로 윤 후보에 대한 민심이 싸늘하게 변한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두 자릿수로 치고 올라왔다. 윤 후보에 대한 실망 여론이 안 후보 지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 후보의 역전 현상이 지속될는지는 불투명하다. 리서치뷰·UPI뉴스가 지난 4~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충청권의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40%로, 더불어민주당(28%)을 두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고, 정권교체 여론도 54%로 민주당 재집권 여론(29%)을 압도하고 있다.
오상영 유원대 교수는 "야권 단일화로 여야 후보간 지지율이 박빙이 된다면 충청권 표심이 당락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지지율에 열세를 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뒤집었듯이 여야 후보들의 공약도 민심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