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비밀
UPI뉴스
| 2022-01-03 16:01:35
언론, 여과·견제 대신 네거티브 이용…유권자도 비호감 대선의 장본인
"선거전을 일부러 개판으로 만들면 아예 유권자가 투표할 의욕을 잃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삐딱한 깨달음을 얻었다." 네거티브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 미국 민주당 전략가 패트릭 캐델의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투표율이 낮을수록 유리한 정당이 써먹을 법한 전략이겠지만,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한국 대선판에 곧장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외치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정말 그런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우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에 대한 반론부터 들어보자. 다른 반론들이 더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발견한 유일한 반론은 서울신문 정치부장 김상연이 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은 아니다>(12월 10일)는 제목의 칼럼이다. 그는 "이번 대선을 두고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들 말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국민들 눈에 후보들의 비호감 부분이 들어차는 것은 과거보다 사회가 투명해졌고 인터넷 등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약점을 숨기기 힘들어졌으며 '민주', '독재' 같은 거대담론이 사라져 사생활 문제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기 때문이다…문제는 과거 대선후보의 수준과 순위를 매기듯 하며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지금 유권자들이 할 일은 '비호감' 레퍼토리가 미만(彌滿)한 저주의 바다에서 '호감'의 등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부풀려진 것이라는 데엔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 게다. '호감'의 등대를 바라보자는 제안도 값지다. 그가 지적한 테크놀로지의 문제는 탁견이다. 우선 당장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테크놀로지가 비용을 크게 낮춰준 덕분에 폭증한 여론조사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다 보니, 80여곳에 이르는 여론조사 업체들로선 설문 항목의 다양화를 시도하게 되고, 이게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김상연이 잘 지적했듯이, 후보들의 호감도를 묻는 질문은 최근의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호감을 갖고 표를 던진 유권자가 얼마나 있었을까? 과거나 지금이나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덜 싫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들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런 유권자들과 더불어 특정 후보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원치 않는 후보들은 다 비호감의 대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간 나온 호감도 여론조사 결과를 거대 양당의 후보들만 보지 말고 다른 후보들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시라. 우스꽝스러운 결과가 많았다. 심상정·안철수·김동연의 비호감도가 이재명·윤석열의 비호감도보다 더 높게 나온 게 적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호감도 질문을 지지 여부로 환원해서 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분명함에도 그런 결과를 두고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하는 게 좀 민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선거와 기성 언론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네거티브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크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44%로, 디지털 뉴스 리포트 조사 대상인 46개국 평균 29%보다 15%포인트 높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 3월 전국 15∼40세 남녀 9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1.4%(643명)에 달했으며, 이용 빈도는 일주일 평균 4.4일이었다. 선거 국면에선 이용률이 더 높아지는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는 '네거티브 천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대편에 대한 비난과 음모론이 흘러 넘친다.
여기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대편에 대해 온갖 비난 퍼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난이 심할수록 기성 언론이 기사로 다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잘 아는 이들은 매일, 아니 하루에도 여러 건 심지어는 수십 건의 비난과 욕설을 배설하는 데에 목숨을 건 것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그런 소셜미디어 메시지엔 훌륭한 것들도 있지만, 문제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네거티브의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점도 없진 않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증오·혐오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어 그런 기대를 걸기도 어렵게 됐다. 기성 언론은 그런 네거티브 공세를 일용할 양식으로만 소비할 뿐 적절한 여과나 견제 기능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래놓고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외치는 게 온당한지는 의문이다. 아니 온당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일어나게끔 만든 장본인은 바로 유권자들이기도 하다는 걸 수시로 환기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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