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해도, 안해도 골치"…윤석열의 '이준석 딜레마'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12-30 11:38:35
전문가 "李 이탈해 또 내분, 尹 지지율 하락 원인"
李와 갈등해소 급선무…"또가출" 우려·불신 걸림돌
尹 "각자 역할 수행하면 된다"…李 "복귀의사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서로 발등을 찍고 있다. 두 번이나 헤어진 남녀처럼 책임을 떠넘기며 원망하는 눈치다.
기대와 약속이 실망과 반목으로 끝난 부작용은 크다. 불신이 깊어진 게 가장 큰 문제다. 재결합해도 언제 또 쫑날지 모른다. 윤 후보로선 이 대표가 선대위에 복귀해도, 안 해도 골치인 셈이다. '이준석 딜레마'다.
이 대표도 '마이웨이'로 잃은 게 많다. 신선한 돌풍이 무책임한 '자기정치'로 조롱받고 있다. 사퇴론도 확산 중이다. 대선을 앞둔 '당대표의 선대위 이탈'은 정치생명을 건 도박이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 교수는 30일 "당대표로서 권위와 리더십은 잃어버린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상처는 훨씬 크고 깊다. 대선이 69일 남았는데 지지율이 추락하는 양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당하는 '골든크로스'가 잇따르고 있다. 이준석발 내분이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다자 대결에서 이 후보는 39%, 윤 후보는 28%를 기록했다. 격차는 11%포인트(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밖이다. 전주 대비 이 후보는 4%p 올랐고 윤 후보는 1%p 내렸다.
또 정권심판 여론이 국정안정 여론에 차츰 밀리고 있다. 정권심판론은 이달 둘째 주 46%에서 넷째 주 42%였다가 이번 주 40%로 집계됐다. 반면 국정안정론은 42%→42%→45%로 나타났다. 지난달 첫째 주만 하더라도 정권심판론이 54%, 국정안정론이 34%로 20%p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SOI 이강윤 소장은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선거 진영에서 이탈하고 내분 사태가 또 생겼다"며 윤 후보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분석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국 정치는 유권자가 당내 갈등을 굉장히 싫어한다"며 "이 대표 가출 문제가 해결돼야 다시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2·3 울산회동' 이후 윤 후보를 도왔다. 함께 빨간 티를 입고 어깨동무하며 지방을 돌았다. 2030세대가 몰려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21일 선대위직 사퇴 선언후 윤 후보와 측근을 저격하는 게 일상이다. 이재명 때리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되레 이 후보를 공격하는 윤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보도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범죄자와 어떻게 토론할 수 있느냐"며 이 후보와 토론을 거부한 윤 후보를 직격했다. "윤 후보는 그 발언만으로 이 후보 지지자들을 무시하는 셈이다. 그런 태도 하나 하나가 중도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면 골든크로스는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집토끼도 잃게 된다.
이언주 전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선대위에 꼭 합류하기를 강요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적대감을 좀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12·3 울산회동처럼 윤 후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이 대표를 품는 게 '최선'인지에 대한 내부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했다가 또 뒤탈이 나면 치명상이 될 수 있어서다. 한 정치 전문가는 "대선 후보가 리더십·정치력 한계를 또 드러내는 건 자격, 자질을 스스로 부인하는 격"이라며 "쉽지 않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확실히 믿지 못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입당전부터 어깃장을 놨다. 경선 과정에선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을 편드는 것처럼 행동했다. 선대위 인선에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손잡고 애를 먹였다. 윤 후보 측에선 "이 대표가 합류했다가 선거 막판 이탈하면 그땐 대책이 없다"는 우려가 적잖다.
윤 후보는 아직 이 대표를 적극 껴안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 대표는 당 대표 역할을 하고 후보는 후보 할 일을 각자 잘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표와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다"고도 했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선대위 복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31일 이 대표와 점심을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복귀를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가 동석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찬 회동이 성사되면 연내 내분 수습의 분수령으로 보인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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