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뭉치 들고 주민센터 나타난 수원 택시기사 왜?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 2021-12-29 09:37:28

퇴근 미뤘다 대입논술 앞둔 수험생에 신분증 발급
택시기사 삼촌, 세류1동행복센터에 감사편지 전달

지난달 19일 오후 경북 구미에서 기차를 타고 경기 수원 삼촌 집에 올라오던 한예지(18·구미 현일고 3년) 양은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날 오전 대입 논술시험이 있어서 하루 일찍 올라오는 길이었는데, 시험 볼 때 꼭 필요한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 한예지 양 삼촌이 세류1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한 동전. [수원시 제공]

기차는 오후 6시 넘어 수원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시험이 다음 날 이른 오전이라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을 시간이 없었다. 고민 끝에 스마트폰으로 수원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행정복지센터를 검색하자 '세류1동행정복지센터'가 나왔다.

한 양은 열차 안에서 세류1동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 행정민원팀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팀장은 담당 주무관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주무관은 한 양에게 "기다리고 있겠다"며 안심시켰다.

기차에서 내린 한 양은 정신없이 세류1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오후 7시쯤 도착했다. 주무관은 곧바로 한 양에게 주민등록증을 재발급해줬고, 한 양은 다음날 무사히 논술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담당 주무관은 "재발급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했다"며 "한예지 양이 무사히 시험을 치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나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한 중년 남성이 커다란 종이상자와 귤 세 상자, 편지를 세류1동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한 양의 삼촌 정인서(51) 씨였다. 무거운 종이상자에는 동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58만6000원이었다.

▲ 한예지 양 삼촌 정인서 씨가 세류1동행정복지센터에 남긴 편지. [수원시 제공]

편지에는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다려 주시고 신분증을 발급해 주셔서 조카가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며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어 저금통을 털었다"고 적혀 있었다.

수원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정 씨는 "세류1동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너무 고마워서 성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며 "5~6년 동안 꾸준히 모은 동전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양은 28일 UPI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삼촌이 말씀을 안 하셔서 기부하신 걸 모르고 있었다"며 "행정복지센터 직원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삼촌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세류1동행정복지센터는 정 씨의 기부금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희 세류1동장은 "오랫동안 모은 동전을 기부해주신 한예지 양 삼촌에게 감사드린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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