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 만난 이재명 "정치, 실질적 평등·공정 가능하게 해야"

조채원

ccw@kpinews.kr | 2021-12-21 18:04:26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과 온라인 대담
'스카이캐슬', '오징어게임'으로 능력주의 폐단 지적
李 "할당제 폐지 위험한 생각"…입시추첨제에 공감 표시
샌델 교수 "입시 추첨제가 더 공정한 입학기회 제공"
李 "대한민국 경쟁 격화하니 할당제 폐지하자는 건 위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1일 "능력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휘되는 게 학력주의인데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경쟁의 룰에서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공정이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의 온라인 화상 대담에서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학교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공정과 정의'를 주제로 대담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학생의 학력 수준은 결국 부모의 경제력 수준과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는 게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며 능력주의로 포장된 학력주의 사회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우리는 출발점에서의 평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출발점 자체가 불평등하거나 형식적으로 평등하나 실질적으로는 이미 불평등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능력주의의 폐단에 대한 두 사람의 공감은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오징어게임' 감상평으로도 이어졌다. 샌델 교수는 "제가 최근에 관심 있게 본 한국 드라마는 스카이캐슬인데 굉장히 치열한 한국의 입시 경쟁을 보여줬다"며 "최근에는 오징어게임도 봤는데 능력주의에 대한 엄청난 결함, 그리고 그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경쟁이 격화하니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없이 경쟁의 결과물로만 최종 결과를 내자는 목소리가 높은데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할당제 폐지를 비판하며 실질적 공정을 이룰 방안으로서의 할당제와 추첨제에 대한 샌델 교수의 의견을 구했다.

샌델 교수는 할당제를 두고 사회적 반감이 이는 이유에 대해 "기득권들이 자신의 성취에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비기득권 계층에 대한 어떠한 책임의식이나 부채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과 "노동에 대한 존엄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빈부격차를 좁히려면 기득권층의 책임·부채의식을 일깨우는 조치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샌델 교수의 아이디어 중 '차라리 추첨제도가 더 공정하지 않을까'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추첨제가 현실사회에서 실현 가능할지, 하나의 정책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도 물었다. 샌델 교수는 "입시추첨제는 더 공정한 입학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제도를 제안한 이유는 명성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에는 자신의 노력 뿐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교육, 의료와 같은 중요한 부분에서는 시장주의적 관점보다는 공동의 책임과 의무, 공동의 선에 대해 함께 논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공감을 표한 뒤 "각자의 개인적 능력으로 보이지만 사실 결코 각자 개인적 능력이 아닌 게 너무 많아진 것은 앞으로도 조금씩 교정해나가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또 현실적으로 그 길을 만들어 집행하는 일은 결국 정치인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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