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양도세 중과 유예, 동의 어렵다"…이재명과 정면충돌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12-21 10:56:44

"유예 시 주택 처분한 분들 피해…정책 신뢰 떨어져"
靑 반대에도 李 뜻 안 굽히자 등판…文心 반영한 듯
李 "靑 양보하면 좋겠다…반대하면 당선돼 하겠다"
표심잡기 차별화 행보…정책 혼선·당정 갈등 불가피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여권 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의 청와대·정부'와 '이재명의 민주당'이 건건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대선 표심을 중시하는 미래권력의 차별화 드라이브 탓에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1일 이재명 후보를 직격했다. 이 후보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정부 정책의 신뢰가 떨어져서 정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박은 것이다.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방역강화 조치 시행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김 총리는 "정부 정책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던 분들이 지금 여유를 준다 해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도세 중과 도입 시 이미 5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줬는데 그때 정부를 믿고 주택을 처분한 분들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가 이날 직접 나선 건 정부의 불가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도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바 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지난 14일 여당 지도부를 만나 중과 유예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이 후보는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만큼 김 총리 등판은 문재인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후보와 청와대·정부 간 대립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양보하면 좋겠다"며 "(계속 반대하면) 당선돼 하겠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방문해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또 이날 보도된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세금을 깎자는 게 아니라 매물을 내놓을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안 받으면 설득하고 공약으로 전환해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다.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가는데 그때 가서 하면 된다"며 '마이웨이 노선'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의 정책 기조와 일관성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부동산 세제는 증세가 기본 방향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정반대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근간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게 청와대 판단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집값 폭등에 따른 흉흉한 부동산 민심을 끌어안아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세부담 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보유세든, 양도세든 가리지 않고 깎아야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가 정부·청와대 반발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고집하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많은 표가 오는 것도 아니고 이 후보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민생과 실용을 내세워 증세에서 감세로 정책 뒤집기를 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이 후보 입에서 '일단 1년 유예'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건 무책임하게 비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그간 부동산 증세를 밀어붙이다가 이 후보 '말 한마디'에 입장을 뒤집을 정도다. 이 후보가 지난 18일 부동산 공시가격 재검토를 요청하자 당 지도부가 이틀만에 정부와 당정 협의를 가진 건 비근한 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유세 강화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내놨다. 그런데 1년 뒤 로드맵이 조정될 뻔했다. 당정은 공시가 현실화는 계획대로 진행하되, 세부담을 위한 각종 보완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절충안이다. 김 총리는 올해 공시가 적용 방안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어떤 부담을 줄여드려야 된다는 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 등은 앞다퉈 부동산 반성문을 쓰고 있다. 송 대표는 전날 선대위 해외위원회 발대식에서 "저도 겸허하게 우리 잘못을 반성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세제 정책을 바꿔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종부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해 온 진성준 의원도 물러섰다. 진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해 재산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부동산 세부담을 위한 차별화 드라이브를 이어가면서 정책 혼선과 당정·당청 갈등은 심화,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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