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한은 총재 공백' 장기화 가능성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12-15 16:50:06
새 정부 출범 후 공석 장기화 가능성…"통화정책 차질 염려"
이상한 일이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와 관련된 하마평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로 끝난다. 한은법상 3연임은 금지돼 있어서 새로운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 특히 한은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에 시일이 촉박하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 2~3월쯤에는 대통령이 임명 내정하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한은 총재 공백'을 피할 수 있다. 즉, 지금쯤 이미 하마평이 무성하고, 대략적인 후보들의 윤곽이 잡혀야 한다.
그런데 아무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은 주변, 정치권, 금융권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권력교체기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내년 3월9일 대통령선거가 있다.
한은 총재는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통화정책을 총괄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천 개의 자리 중에서도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이므로 차기 대통령은 이번에 임명되는 한은 총재와 거의 임기 내내 함께 해야 한다. 당연히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고 싶어 할 거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한은 총재를 임명하려 하면, 여야 대선후보 모두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우리 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도 탐탁지 않아 할 것"이라며 쓰게 웃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물 밑에서 거론되는 후보 중 한 명도 펄쩍 뛰면서 전혀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며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관측했다. 자기를 임명하지 않은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건 '가시방석'일 터다.
한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기용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명박 정부 때 퇴진설에 시달렸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중수 총재도 박근혜 정부 들어 힘든 세월을 보낸 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총재가 임원 인사를 올려도 박근혜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아 무척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 불명예 중도 퇴진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 전철환 총재부터는 임기가 지켜지고 있지만, 그전에는 중도 퇴진한 한은 총재가 한둘이 아니다.
만약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이 총재의 임기가 만료된다면 이승헌 부총재가 총재 직을 대리하게 된다. 현재로선 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한은 총재를 공석으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더욱이 그 공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적잖다. 차기 대통령은 내년 5월에 취임하는데 취임 후 한은 총재 임명이 1순위는 아닐 것이다.
우선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등 조각부터 해야 한다. 모두 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수이므로 시일이 꽤 걸린다. 6월에는 지방선거까지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자칫 차기 한은 총재의 인사청문회가 내년 9월 정기국회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6개월 이상 공석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석 장기화로 통화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글로벌 긴축이 진행될, 민감한 시기"라면서 "이런 시기에 통화정책 수장 자리를 비워두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걱정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금리인상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최소 2회, 많으면 3회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
로라 로스너 워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인, 연준의 새 점도표에 관해 "점도표 역사상 가장 매파적인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글로벌 통화정책이 급변하는 시기에 한은 총재 자리가 공석인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가장 무난한 방편은 문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후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해 차기 한은 총재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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