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번 언급한 블링컨 연설의 5개 키워드
김당
dangk@kpinews.kr | 2021-12-15 15:45:22
'긴전문' 연상케 하는 중국 포위 전략…'중국 겨냥' 분명히 적시
"더 강력한 연결고리 찾을 것"…한국에 대중전략 협력 압박 시사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해 아시아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군사 및 경제 관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가치동맹을 내세운 대(對)중국 포위전략 구상의 얼개를 밝힌 것이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개국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인도네시아국립대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골자를 선보였다.
블링컨 장관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A Free and Open Indo-Pacific)' 제하의 장문의 연설에서 제시한 5대 핵심 요소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발전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과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 △경제 분야의 번영 증진 △전염병 대유행과 기후변화에 건설적 협력 △'통합 억제력' 전략을 통한 지역 안보 강화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발전, 지역 동맹과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 '통합 억제력' 전략을 통한 지역 안보 강화의 세 가지는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중 간 갈등이 커지는 와중에 미국이 인도∙태평양의 동맹 네트워크와 군사력의 강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블링컨은 구체적으로 "동북아에서 동남아, 메콩강에서 태평양 제도에 이르기까지 공해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국영기업 보조금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고, 자국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에 수출∙거래 취소를 일삼는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이 바뀌기를 원한다"고 그 대상이 중국임을 분명히 적시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해 이 지역이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수십 년 동안 함께 구축한 규칙과 기반 질서를 방어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이 매년 3조 달러 이상의 상거래를 위협하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보장하기로 결정한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실제 생계와 복지가 3조 달러라는 엄청난 숫자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면서 중국의 항행의 자유 침해로 인해 이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선적을 하지 못하고, 공장은 마이크로칩을 출하할 수 없으며 병원은 생명을 구하는 약을 구할 수 없다고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5년 전 국제 재판소가 불법적이고 광범위한 남중국해 해상권 주장을 국제법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기각하는 만장일치의 법적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것이 우리가 오랜 약속에 따라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블링컨은 지역 동맹과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 "더 강력한 연결고리(stronger connections)를 만들어 가겠다"면서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과의 조약 동맹을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심화하고 호주 및 영국과 역사적인 새로운 안보협력협정(AUKUS 지칭)을 체결함으로써 Quad(미국·일본·인도·호주의 협의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동맹과 파트너를 하나로 묶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강력하고 독립적인 ASEAN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말로만의 협력'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공중 보건과 여성의 권한 부여를 포함한 분야에서 ASEAN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몇 달 안에 아세안 정상들을 미국에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유럽연합(EU)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 지역의 중요성을 반영한 전략 개념을 갱신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선 유럽까지 동참하고 있다면서 "공동의 이익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는 국가가 많을수록 우리 모두는 더 강해진다"고 역설했다.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에 참여하는 국가가 많아질수록 인도∙태평양 전략은 더 강화되고 공동의 이익도 커진다는 주장이다. 뭉칠수록 이 지역에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이미 1조 달러 이상의 직접투자를 했지만 이 지역에서 추가 투자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그 요구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맞서 서방의 주요 7개국(G7)이 몇 년간 수천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 구상과 쿼드 회원국의 'Blue Dot Network'를 포함한 역내 투자 상황을 설명했다.
블링컨은 마지막에 인도∙태평양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 군사, 정보 등 우리의 모든 국력 수단을 동맹국 및 파트너의 도구와 더욱 밀접하게 결합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를 "통합 억제력(integrated deterrence)"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여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이유"라고 북한을 처음 언급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강화하는 동시에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양국 간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할 중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시 주석과의 화상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분류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연설에서 지역의 동맹과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을 5번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으로 처음 초대한 국가가 일본과 한국이고, 자신이 첫 순방지로 택한 곳도 일본과 한국이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조약동맹국과의 결속 강화와 한미일 3자 협력의 심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더 강력한 연결고리(stronger connections)를 만들어 가겠다"거나 "동맹과 파트너를 하나로 묶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한 대목은 미국이 앞으로 한국에도 대중국 포위전략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주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연설에서 소개한 내용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한 기둥에 해당한다며 세부적인 전략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전략에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구체화된 '역할 분담'과 '주문 내역'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이번 연설에 대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더 많은 군사력을 공언했다"(AP)거나 "중국을 비난하면서 동맹 결집을 추구한 것"(블룸버그)이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귀가 두 개지만 입은 하나뿐"이라는 인도네시아 속담을 인용하며 연설을 시작해 1962년 2월 14일 인도네시아대학에서 연설했던 로버트 F. 케네디 미 법무장관의 연설을 인용해 마무리했다.
당시 로버트 케네디는 형(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며 "평화로운 세계, 자유롭고 독립적인 국가의 공동체, 타인의 자유를 위협하지 않는 한 자신의 미래와 시스템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우리의 기본 목표는 변함없다"고 인용했다.
블링컨은 "케네디 대통령이 이 말을 한 후 거의 70년 동안 변화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 비전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비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놀랍다"면서 "여러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비전을 밀고 나갈 사람들"이라고 연설을 마쳤다.
그의 장문의 연설(미 국무부 홈페이지 게시된 연설문 기준 4918 단어)은 미국의 대(對)소련 봉쇄전략의 기원이 된 조지 케넌(George F. Kennan)의 그 유명한 8천자짜리 '긴 전문(Long Telegram)'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유럽∙대서양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가치동맹을 내세운 대(對)중국 포위전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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