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치 보험료 대신 내드려요"…코로나 시대 더 성행하는 불법 마케팅

강혜영

khy@kpinews.kr | 2021-12-15 09:36:56

코로나로 대면 영업 어려워지자 온라인 경쟁 심화…카페 등 통해 유혹
보험사 관리 강화로는 역부족…"GA 내부통제·보험 검사 강화해야"

"월 보험료 400% 대납해드려요", "현금 6배 혜택"…

소비자 A 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태아 보험 준비 중'이라는 글을 올리자 이런 내용의 광고 쪽지가 꼬리를 물었다. 보험설계사들이 월납 보험료의 몇 배에 달하는 혜택을 줄 테니 자신이 판매하는 보험에 가입해달라는 것이다.

기자가 한 온라인 카페에 보험 관련 문의 글을 올리자 마찬가지로 약 30분 만에 광고 쪽지 10여 통이 날아왔다. 일부 쪽지는 '현금 페이백' 등의 불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점점 성행하자 몇몇 대형 재테크 카페들은 보험 상담 관련 게시물은 카페에 등록된 전문가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는 불법·부당 마케팅이다. 보험업법 시행령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금품은 최초 1년간 보험료의 10분의 1이나 3만 원 중 적은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3만 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보험료 대납은 금지돼 있다. 위반시 보험업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불법 마케팅이 갈수록 성행·심화하는 흐름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불법 마케팅에 의존하는 보험설계사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받은 보험 광고 쪽지 [네이버 카페 캡처]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료 대납 등 불법적인 사은품 제공은 오랫동안 문제시됐지만, 과거에는 월납 보험료의 200%를 제공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은품이 월납 보험료의 400% 이상까지 올라간 것은 코로나19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는 "코로나19 탓에 소득이 반토막나거나 장기 무실적 상태인 보험설계사들이 다수"라면서 "심지어 가정 경제가 무너지면서 이혼으로까지 연결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적을 올려야 소득이 나오니, 어떻게든 실적을 내려고 불법 마케팅에까지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영업이 어려워져서 보험설계사들이 비대면 영업으로 전향한 것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7일 한 대형 재테크 카페에 올라온 공지 [네이버 카페 캡처] 


그런데 몇 달 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줘도 보험설계사에게 남는 게 있을까. 충분히 이익을 본다.   


올해 초부터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는 월납 보험료의 최대 1200%로 제한되긴 했어도 넉달치 대신 납부해준다해도 800%는 건지는 셈이다. 그전에는 1400~1700%씩 지급받는 경우도 흔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 상품의 판매 수수료는 다른 상품보다 훨씬 큰 편"이라며 "몇 달 치 보험료를 대납해도 신계약 수수료, 장기 유지 수수료 등을 통해 보험설계사가 종합적으로 더 많이 얻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인 보험대리점(GA)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판매 경쟁이 심화한 부분도 불법 마케팅을 부추기고 있다. 배 국장은 "보험 판매 시장이 GA 중심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더 격화됐다"며 "그런데 상품의 질 향상 등의 긍정적인 경쟁보다 불법 마케팅이 유행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종종 불법 마케팅을 적발해 제재하고 있다. 또 몇몇 보험사들은 보험료가 입급되는 가상계좌의 관리를 강화하는 등 불법 마케팅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상계좌를 통한 보험료 대납을 막더라도 직접 현금을 주는 등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며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무더기 적발이 속출하는 GA부터 틀어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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