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삼성이 기본소득 얘기하면 어때"…아리송 행보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12-03 14:10:37
"국민동의 못받으면 추진 안해"…전날엔 철회 시사
국토보유세·탈원전도 후퇴 여지…차별화 드라이브
"독주 탈피 실용주의" vs 정책 일관성·신뢰성 흔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3일 "삼성이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또 "사실 제가 이재용 부회장님에게도 그 말씀을 드렸다"고 소개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서다.
이 후보는 차문중 소장 등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정책을 화제로 삼아 효용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디지털 글로벌기업 CEO 중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이미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나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왜 그렇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디지털 기업 특성은 영업이익률이 엄청 높다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높으니 나중에 시장이 고갈될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자답했다. "시장이 다 죽는것이다. 수요가 결국 사라진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기업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I(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대비해야할 시대에 하나의 대책으로 (기본소득을) 고민해봐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삼성경제연구소 측에 재차 "그 얘기도 듣고 싶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선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본소득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는 철회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제도에 대한 오해가 있어 국민을 설득하고 토론하되, 의사에 반해 강행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런데 하룻새 기본소득 카드를 선전하고 나선 것이다. 모호한 메시지로 혼선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문재인 정부와 정책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강성·과격·독주 이미지를 씻기 위해 유연성과 친근함을 부각하는데 공들이고 있다. '국민 여론·동의'를 부쩍 거론하는 이유다.
이 후보는 그동안 '이재명은 합니다'란 슬로건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은 추진력보다는 독선으로 비치면서 중도층 지지를 어렵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유연성을 앞세운 실용주의를 표방했고 타깃을 현 정부 주요 정책으로 삼으며 차별화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현 정부 금과옥조인 '탈원전' 정책 기조까지 이 후보가 건드린 건 차별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에 한해 국민들의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탈원전 기조와 배치된다.
신한울 3·4호기는 내년과 2023년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3·4호기가 제외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그는 "그때 당시(건설 중단)도 국민에 따라서 결정했지만, 반론들도 매우 많은 상태"라며 "그 부분에 관한 한 국민 의견이 우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민 여론을 들어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에 대해 철회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신한울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차별화 일환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후보가 제시한 공약들이 언제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어 정책 일관성,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기본소득 입장만 하더라도 하룻 새 냉온탕을 오가 종잡기가 어렵다.
국민의힘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신한울 3·4호기 발언과 관련해 "문 대통령 탈원전 기조를 가장 앞장서서 주창하던 이 후보였던 터라 어떤 말이 맞는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재명은 표 안되면 철회한다. 믿을 수 없는 후보,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느냐"고 캐물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은 합니다'라더니 그 뒤에 '안 되면 말고'라는 한마디가 더 있었던 모양"이라며 "국민들은 대체 뭘 보고 이 후보를 뽑아야 하냐"고 꼬집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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