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대폭 올린 은행, 우대금리 재확대 움직임은 없어…"'영끌' 삼가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11-26 16:43:33
차주 원리금 상환부담 급증…부동산 안정세에 '영끌' 매력도 낮아져
올해 은행은 대출금리 인상에는 과감했지만, 예금금리 인상에는 인색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8월말부터 11월초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50~0.80%포인트 가량 뛰었다. 신용대출 금리도 0.40~0.80%포인트 정도 올랐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겨우 0.10~0.15%포인트 수준만 상승했다.
대출금리 인상폭이 한은 기준금리 상승폭(0.25%포인트)의 2배 이상인데 반해 예금금리는 한은 기준금리보다도 적게 오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시켜서 대출금리를 크게 인상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은행은 너무나 적은 예금금리 상승 현상에도 금융당국을 방패로 내밀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탓에 여신 규모가 감소하니 수신을 많이 끌어들일 필요도 없어졌다"며 "때문에 예금금리를 올릴 유인이 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25일 한은이 3개월만에 재차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이번에는 은행의 반응이 달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정기적금 상품의 금리를 모두 0.20~0.40%포인트씩 올릴 방침이다. KB국민은행도 오는 29일부터 정기예금·정기적금·수시입출식예금의 금리를 최고 0.4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수신 금리를 차례차례 0.25∼0.40%포인트씩 올린다. 신한은행 역시 29일부터 예금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예전과 달리 한은 기준금리 상승폭 이상으로 은행 예금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은행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져 그 이유에 대해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가 올랐으니 예금금리도 인상되는 게 맞지만, 지난번 인상 때와 비교해 상승폭이 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파르게 확대된 예대금리차에 대해 금융당국이 우려를 표했다"며 금융당국의 축소 주문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금융당국이 움직인 건 "은행의 폭리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는 등 빠르게 오르는 대출금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예금금리 인상과 함께 소비자들의 또 다른 요망, 대출 우대금리 재확대 등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올해초 은행들은 대출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가량 축소했으며, 이는 대출금리 급등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경계하면서도 가계대출 억제 의지는 여전했다"고 밝혔다. 우대금리 재확대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둔화될 경우 가계대출 증대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대금리 재확대 등 대출금리 오름세 둔화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나을 것"이라며 "부동산 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를 하는 건 삼가는 게 좋을 듯 하다"고 권했다.
올해 대출금리가 계속 뛰면서 영끌의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작년에 연 2.5% 금리, 30년 만기로 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는 매월 약 79만 원씩만 갚으면 된다.
그러나 올해 연 4.5% 금리, 30년 만기로 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매월 약 101만 원으로 늘어난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2조9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인상이 이것으로 끝인 것도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최소 2회, 많으면 3회 올릴 거라고 예측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초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최고금리가 6%를 넘어설 것"이라며 "내년말에는 7%선까지 돌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강경한 대출 억제, 금리인상, 종합부동산세 부담 등이 겹쳐지면서 영끌 투자의 매력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1% 상승해 5주 연속 오름세가 둔화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98.6을 기록, 지난주(99.6)보다 1포인트 떨어졌으며, 2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미만이란 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신혼부부 등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재개발 시장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균태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주택시장은 금리인상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면서 "상승세의 금리가 주택 가격에 하방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영끌의 부담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영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도 대폭 축소됐다"며 "이제 영끌의 시대는 끝난 듯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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