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보다 더 나서는 당대표…與도 '속앓이'

김광호

khk@kpinews.kr | 2021-11-12 14:02:37

송영길, '1일 1인터뷰' 왕성한 활동…이재명 캠프 불만
"대선 국면서 당대표가 후보보다 많이 보인 적 있나"
李 '조건부특검 수용'에도 엇박자…"檢수사 결과 전제"
김종민, 宋에 "이러면 큰일나…빨리 시차적응 해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최근 왕성한 활동을 두고 당 내부에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 당내에선 "대선 국면에서 당대표가 후보보다 많이 보인 적이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송영길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송 대표는 최근 '1일 1인터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에 얼굴을 자주 내밀고 있다. 외견 상 대장동 의혹 관련 '소방수' 역할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향한 '공격수'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대개 선대위가 출범하면 당대표 역할은 사실상 끝난 것인데도 송 대표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잇따라 일대일 생방송 토론을 하는 등 후보보다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선대위 구성에서 송 대표가 단독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를 고집하면서 이재명 캠프 측에서는 불쾌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가 이 후보만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선대위는 이 후보가 '오피스 누나'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자 현장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백브리핑' 금지령까지 내렸다. '사이다'가 전매특허인 이 후보에게 '고구마 전략'이라는 족쇄를 채운 것이다.

송 대표는 특검 문제를 놓고서도 이 후보와 다른 말을 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송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철저한 검찰 수사,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은 13번 실시됐지만 단 한 번도 검찰 수사가 없이 된 적이 없다. 현재 수사 진행 중인데 해고하겠다면 누가 힘이 나겠느냐"며 "지금 단계에서는 검찰·공수처 수사에 협력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특검 논의에 반대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윤호중 원내대표는 야당의 특검법 처리 제안에 대해 "야당이 먼저 만나자고 한다면 협상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까지 이 후보에 힘을 실어줬는데 송 대표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최근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크게 밀리며 고전중인 상황에서 이 후보와 송 대표까지 삐그덕거리자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가 이슈를 계속 주도해야 하는데 송 대표와 당이 이를 쥐고 가려고 하고 있다"며 "그럴수록 후보는 박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대위 국가비전위 수석부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송 대표가 당대표의 시간을 완전히 끝내고 이 후보의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후보보다 대표가 앞장서서 뭘 해 보겠다 이러면 큰일 난다"며 "빨리 시차적응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왕성한 활동이라기보다는 시차 적응 기간 아니냐"며 대표 권한을 내려놓고 대선 후보의 참모로 돌아가는 '적응기'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선 송 대표가 자기 정치에 더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이후를 준비하는 전략적 행보라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송 대표는 차기 정권에서도 민주당을 이끌어야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 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차차기 대권 도전을 노리는 송 대표로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선대위에서 적극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 후보가 잇단 설화로 곤욕을 치른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송 대표가 이 후보를 엄호하면서 때론 제동을 거는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송 대표의 왕성한 활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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