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가산금리가 뛰는 이유?…"금융당국이 부추겼다"
강혜영
khy@kpinews.kr | 2021-11-10 15:25:30
정은보 "대출금리의 시장 자율 결정 과정 존중"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다. 가산금리 상승세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금융당국이)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폐지에 대해서도 관리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로 산출된다. 기준금리는 코픽스(COFIX),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이며 가산금리는 점포 임대료, 인건비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포함해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즉, 가산금리는 시장금리와 연계되지 않으며, 올리면 올릴수록 은행만 돈을 더 벌 뿐이다. 가산금리 폭등으로 은행들은 저마다 역대 최고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뒷짐지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기본적으로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며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대책을 이유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거기까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가산금리를 올리도록 종용한 건 사실 금융당국이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가산금리 인상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대출 수요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결정에서 시장의 자율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는 금융권 인사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과거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 할 때마다 금융당국이 막아섰다"며 "가산금리를 인상한 은행 임원은 금융당국에 불려가 혼쭐이 나곤 했다"고 말했다. 정당한 이유를 내밀어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랬던 금융당국의 태도가 올해는 180도로 바뀐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슬금슬금 올려도 금융당국이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 올려라, 우대금리도 축소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방조 속에 은행들은 마음껏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는 축소했다. 심지어 가산금리 인상폭이 전체 대출금리 상승분을 뛰어넘기도 했다.
10일 은행연합회의 10월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9월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2.97%로 작년 동기(2.59%) 대비 0.38%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주담대 기준금리는 1.32%에서 1.21%로 오히려 내려갔지만, 가산금리가 2.39%에서 2.93%로 0.54%포인트나 뛰었다. 대출금리 상승폭보다 가산금리 상승폭이 더 큰 것이다.
우리은행도 주담대 금리가 2.7%에서 1년 새 2.87%로 0.17%포인트 상승했는데, 가산금리는 0.41%포인트(2.12%→2.53%)나 급등했다. 기준금리는 오히려 0.3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9월 NH농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전년 동월 대비 0.65%포인트 상승했는데 가산금리 상승폭(0.51%포인트)이 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산금리는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우대금리를 축소한 은행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 금리가 3.37%로 전년 동월 대비 0.66%포인트 상승했는데, 이 기간 우대금리가 0.1%포인트 축소됐다. 기준금리가 0.51%포인트 올랐고 가산금리는 0.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대출금리가 2.57%에서 3.33%로 올랐는데, 가산금리는 3.46%에서 3.45%로 소폭 하락했다. 대신 우대금리가 2.25%에서 1.96%로 0.29%포인트 줄었다.
신용대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승 폭(1.01%포인트) 가운데 가산금리의 상승폭(0.53%포인트)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민은행도 신용대출 금리가 0.82%포인트 오를 때 가산금리는 0.52%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대출금리가 0.34%포인트 상승할 때 가산금리는 이보다 더 큰 폭(0.58%포인트)으로 뛰었다. 기준금리는 오히려 내려갔는데, 가산금리가 크게 뛰면서 대출금리 인상을 주도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대출금리가 1.16%포인트 올라갔는데, 우대금리가 0.64%포인트 줄었다. 농협은행은 대출금리가 0.89%포인트 상승할 때 우대금리가 0.31%포인트 축소됐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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