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원천 봉쇄 이재명, 고구마 전략 효과 있을까
김광호
khk@kpinews.kr | 2021-11-09 14:02:51
與 "이 후보 걸어가면서 백브리핑 안할 것" 못박아
잇단 실언으로 구설수 오르자 메시지 관리 차원
'불통' 비칠까 우려도…'사이다' 이재명 복귀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공식 일정 중간에 기자들의 즉석 질문을 받고 답하는 '백브리핑'을 중단했다.
최근 실언이 잇따르자 아예 입을 다문 것이다. 후보 발언과 당의 기조가 엇갈리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공식 일정 중간 취재진 질문을 받았으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선대위 회의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에 1대1 토론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느냐', '블록체인 기반 개발이익 공유에 대해 추가 설명해달라'는 등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 공유오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간담회에서도 백브리핑을 건너뛰었다.
선대위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으니 정리된 메시지가 나가야 해서 이 후보의 직접 질의응답은 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선출 뒤 현장에서 직접 질의응답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정무조정실장인 강훈식 의원도 "이제 후보가 걸어가면서 백브리핑은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저돌적 '사이다 화법'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건 이 후보의 장기였다. 지난달 22일 대선후보 선출 후 첫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엔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자청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각종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즉흥적으로 내놓으면서 준비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백브리핑을 중단했다고 설명한다. 중요 메시지로부터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후보가 '뚜껑 닫힌 사이다'로 변신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3일 경기 부천시의 한 웹툰 제작 스튜디오를 방문해 '오피스 누나'라는 단어가 들어간 웹툰 제목을 보고 "제목이 확 끄는데?"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이 후보는 지난 4일 SNS를 통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잇단 실언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당과 측근들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이 이 후보에게 '발언 자제'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선 대선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실언을 방지하기 위해 이 후보 메시지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후보 측 한 의원은 9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계획된 메시지만 내보내는 게 안전하다"며 "본선은 실수를 덜 하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현장 발언을 조금 줄일 필요는 있지만,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최대 매력을 '사이다 발언'에서 찾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은 데다 '고구마 전략'은 국민 소통 차원에서 '불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측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김빠진 사이다'로 불릴 정도로 거친 발언을 자제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던 전례가 있다. 결국 이 후보는 경선 후반 '사이다 복귀'를 선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장은 이 후보가 자중하겠지만 곧 '사이다 이재명'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최근 대장동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즉흥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며 논란이 일자 선대위에서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보인다"며 "당과 사전에 조율안된 '주4일제', '음식점 총량제' 같은 정책들은 민주당에겐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대위가 한동안은 이 후보 발언을 자제시키면서 메시지 관리에 집중하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불통의 이미지가 굳혀질 수 있고 정면 돌파를 즐기는 이 후보의 성향상 결국은 사이다 이재명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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