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은 그대로인데 직원·점포만 줄이는 은행들…고객 불편 '가중'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11-05 16:34:19
"점포별 방문·직원별 담당 고객 수 ↑…고객 서비스 하락"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은행의 하층부(직원·점포)는 점점 홀쭉해지는데, 상층부(임원)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직원 수는 총 5만8538명으로 2018년말(6만1483명) 대비 2945명 줄었다. 2년 6개월 새 4.8% 감소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만3631명에서 1만2742명으로 6.5%(889명) 줄어 4대 시중은행 중 제일 감소폭이 컸다. KB국민은행은 5.3%(964명), 우리은행은 2.8%(429명), 신한은행은 0.8%(110명)씩 각각 축소됐다.
점포의 축소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3563곳에서 3257곳으로 8.6%(306곳) 줄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754곳에서 652곳으로 13.5%(102곳) 줄었다. 국민은행은 8.1%(85곳), 우리은행은 7.1%(62곳), 신한은행은 2.4%(21곳) 각각 감소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 거래의 비대면 비중이 약 94%에 달하는 등 점포와 대면 담당 직원의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시대적 변화'에 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임원 수는 총 158명으로 2018년 6월말의 159명보다 겨우 1명 줄었을 뿐이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62명에서 72명으로 오히려 임원 10명 늘었다. 신한은행도 4명 증가했으며, 우리은행은 4명 줄었다.
하나은행이 11명 감소해 그나마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하나은행은 직원과 점포 수를 제일 크게 줄였지만, 그만큼 임원 수도 축소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직원·점포를 줄이면서 임원 수는 확대했다. "은행의 경영권을 쥔 임원들이 시대적 변화에 따른 희생을 직원들에게만 강요할 뿐, 자기들은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이 고객을 직접 대하는 대면 창구 축소에만 진력하면서 직원들의 노동량과 고객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대부분의 은행 거래를 비대면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대면 거래 수요는 여전히 꽤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세대원 모두의 주택 수를 조사해야 한다. 이 때 은행이 세대원의 주택 수를, 즉 개인정보를 조사해도 된다는 동의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세대원 모두가 은행 점포를 방문해 관련 서류에 서명해야 비로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고액 거래, 투자상품 상담, 인터넷·모바일뱅킹 오류 등 다양한 이유로 고객들은 은행 점포를 찾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익숙치 않아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령자들도 적지 않다.
점포 통폐합과 직원 수 감소가 계속되다보니 남은 점포와 직원들에게 이들 고객이 몰리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소속 직원 수는 절반으로 줄었는데, 방문 고객 수는 두 배로 늘어난 점포도 여럿"이라며 "그만큼 직원들의 노동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고객들도 대기시간 증가 등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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