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교황 방북 놓고 고민 깊어가는 김정은

강혜영

khy@kpinews.kr | 2021-10-30 14:57:40

요한 바오로 2세 폴란드 방문, 동유럽 민주화 불씨 돼
체제 위협으로 여겨 선뜻 초청하기 어려울 수도
반대로 교황, 북한 체제 홍보로 악용될 가능성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방북을 위해선 공식 초청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서구 세계를 대표하는 교황을 선뜻 초청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바티칸 제공]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1979년 폴란드 방문은 동유럽 공산권 붕괴에 중대한 사건으로 작용했다. 당시 요한 바오로 2세는 9일 동안 폴란드 주요 도시를 돌며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다.

교황 방문 이후 14개월 뒤 폴란드에 동구권 최초의 반체제 조직인 자유노조연대가 결성됐고, 이는 체제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1983년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를 두 번째로 방문했다. 이후 1989년 6월 열린 선거에서 자유노조가 압승을 거두면서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됐다.

폴란드의 민주화 물결은 동구권 전체를 휩쓸었다. 동구권 민주화의 불씨를 지핀 교황 방문은 그 어떤 조치보다 강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란드 국민들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동상을 그단스크의 로널드 레이건 공원에 세우고 지금까지 추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교황 방북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교황 방북이 추진되기 어렵다고 관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황 방북 성사되면 남북 대화 돌파구 될 듯"

반대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교황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경험이 있어 체제 선전차원에서 교황을 만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북한은 김일성 집권 시절 교황 방북을 추진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고(故) 김일성 주석은 1991년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방북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했고 교황은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방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교황의 북한 방문이 이뤄진다면 고착상태에 놓인 남북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협상 특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교황 방북 성사 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대화 분위기 개선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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