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에서 與대선후보까지…'흙수저' 이재명이 걸어온 길
김광호
khk@kpinews.kr | 2021-10-09 13:58:05
검정고시로 법대 입학…군 면제받고 사법고시에 전념
인권변호사 선택…시위사건 수배받다 정계입문 결심
행정력 인정받아 대권도전…아내 김혜경씨와 두 아들
기름 때 묻은 손으로 시계 문자판을 지우던 '소년공' 이재명. 40여년 뒤 집권 여당의 대권 도전자로 최종 선택을 받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청와대에 입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본선 승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어린 시절 가난과 싸우던 흙수저, '인권변호사'의 꿈 이루다
이 후보는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다. 1964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서 5남 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삼계국민학교(현 삼계초등학교)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졸업 직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했다. 온 가족이 먹고살기 위한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시계공장에서 1979년부터 2년간 소년공으로 일했다. 공장 프레스기에 팔이 끼어 비틀어지는 바람에 장애(6급)가 생긴 것도 이 시기다.
사춘기 몸이 불편한 채 기름 때 절은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향하는 자신이 싫어 두 번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후 생각을 달리했고 죽을 힘을 다해 학업에 열중했다. 중·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1982년 중앙대 법대생이 됐다. 생활보조비(장학금)까지 받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군 복무는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로 면제받았다. 그런 만큼 사법고시에 전념해 1986년 최종합격했다. 처음엔 여느 합격생과 마찬가지로 판·검사 임용을 희망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공부모임을 하면서 인권변호사로 진로를 바꿨다.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민변·참여연대)의 길을 걸었다. 2004년 공공 의료원 설립을 위한 성남시민들의 시위 사건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1만8595명이 만든 주민조례를 성남시의회가 부결한 것을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회의장을 점거해 수배를 받았다. 이 때 정계 입문을 결심했다.
정치인으로 변신…성남시장 시절 인정받아 與 잠룡으로 급부상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 문을 두들겼다. 그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08년에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에서 밀려 탈락했다. 그리고 2년 뒤 기회가 왔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성남시장에 재도전해 당선됐다.
성남시장 시절 긴축재정을 위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시의 재정 건전화와 공무원 매관매직 인사관행을 바로잡는 등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그 성과로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고유 브랜드인 '기본소득' 시리즈가 선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재정 건전화를 통해 마련한 예산으로 '무상 산후조리', '무상 교복', '청년배당'이란 3대 무상복지 사업도 시행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두번의 성남시장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야권의 잠룡으로 몸값을 높였다. 그러면서 대권 도전을 위한 꿈과 의지를 키우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경기지사를 지내며 명실상부한 여권의 대선주자로 체급을 올려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정치 2막이 펼쳐진 것이다.
최대 무기는 추진력·속도…진보층, 20-40대 젊은층 지지 두터워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정책 추진력과 속도다. 정부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놓고 고심하던 중 그는 지난 1월 20일 경기도민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공식화했다. 경기도민에겐 2월 1일부터 재난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됐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며 정책 브랜드를 수년간 다져온 것도 강점이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수당을 시작으로,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까지 이어지는 '기본시리즈'를 차근차근 마련했다.
지역적 기반은 전국 최대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다.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 여권에선 드물게 TK(대구·경북) 확장성도 갖췄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층, 세대로는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층 지지가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족으로는 아내 김혜경씨와 두 아들이 있다. 김씨와는 2018년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라는 의구심을 친문 지지층들로부터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혜경궁 김씨 사건은 2018년 12월 11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다.
두 아들은 모두 병역을 마치고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초년병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18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두 아들과 관련된 질문에 "실업자로 힘들게 지낸다"며 가장으로서의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아들의 취업 여부를 묻자 "최근에 했다"며 "지금 (직원이) 5명 있는 회사에 다닌다"고 전했다.
재산은 28억여 원을 신고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가 지난 3월 25일 공개한 2021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28억6437만 원을 신고해 전년대비 2956만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부동산은 배우자와 공동소유한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164.25㎡) 한 채다. 공시가격은 8억9600만 원에서 10억1300만 원으로 1억1700만 원 상승했다. 채무 변제로 본인과 가족의 예금이 15억8567만 원에서 10억823만 원으로 5억7744만 원 감소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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