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무대책?…오징어게임 전에도 '전화 폭탄' 빈발

김명일

terry@kpinews.kr | 2021-09-24 11:30:25

미국은 영화·드라마 전용번호 존재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뜻밖의 피해자를 냈다. 드라마에 노출된 전화번호의 실제 주인들이 "쉴새없이 울려대는 전화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주연배우 이정재가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들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시즌1의 첫회 '무궁화 꽃이 피던 날'에서 기훈(이정재)은 정체불명의 남자(공유)에게 명함을 받고,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한다. 명함에는 8자리 숫자가 써있고, 기훈이 전화를 걸어 게임에 참여한다. 2화에서 경찰 신고 장면에, 9화에서 새로운 게임 참가 신청으로 또다른 전화번호가 등장한다.

휴대전화 식별번호인 010은 나오지 않았으나, 호기심에 010을 붙여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일이 커졌다.

한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24시간 전화와 문자가 쉴새없이 울리고 배터리는 반나절 만에 방전되어버린다"며 "10년도 더 쓴 번호인데 이렇게 되어 황당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자영업을 하느라 전화를 꺼놓을 수도 없다"며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데, 보상받을 길은 요원하다"고 호소했다.

반복되는 번호 노출 사고…마케팅 활용 사례도

예전에도 유사한 사건은 있었다.

1992년 방영된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는 주인공 일행이 방문한 카페의 벽에 전화번호가 카페명과 병기된 장면이 방영됐다. 해당 번호는 제작진이 임의로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이 전화를 걸어 진짜 전화 주인이 "쉴새없이 전화가 울린다"며 방송국에 피해를 호소했다. MBC 측은 드라마 다음 회차에 존재하지 않는 번호 '100-1000'으로 바꿔달고, "전편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지 말아달라"는 자막을 입힌 장면을 두 차례나 내보냈다.

영화 추격자(2008)에서는 엄중호(김윤석)가 지영민(하정우)에게 던지는 "야 4885 너지?"라는 대사가 크게 유행했다. 전화 끝번호가 4885인 사람들은 주변인들에게 "너냐"라는 장난스러운 말을 많이 들었지만, 실제 존재하는 번호는 아니어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다. 나홍진 감독은 '4885'가 자신의 옛 집 전화번호라고 밝혔다.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에서는 담임교사(최지우)가 "부모님 전화번호가 뭐냐"고 묻자 학생(임수정)이 "016-200-0001로 걸어보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번호는 대통령(안성기) 직통전화였다. 번호로 실제 전화를 하면 주연배우 안성기의 음성으로 '016' 식별번호를 배정받은 휴대전화 사업자 KTF(현재 KT에 합병)의 광고를 들을 수 있었다.

▲ 1984년작 미국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555국 전화번호를 표기한 장면.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창작물 전용 전화번호'로 이러한 사고를 피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화번호 국번은 약속이나 한 듯 555다. 드라마 X파일에서 멀더와 스컬리는 서로 '555-0191'과 '555-0190'을 사용한다. 미국의 통신회사 벨코어는 '555-0100'에서 '555-0199'까지 100개 번호를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픽션'으로 분류 지정해, 창작물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영화들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555국번 대신 자체 구매한 전화번호를 쓰는 등, 일반인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UPI뉴스에 "현재 피해자들과 만나보며 사후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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