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수상한 화천대유 행적…키맨 유동규는 잠적설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9-23 13:59:48
월 1500만원 보수·역할 놓고 화천대유 대표와 말달라
변호사단체, 변호사법 위반·사후수뢰혐의로 權 고발
'1000배 수익' 설계 의혹 유동규, 번호 바꾸고 잠적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이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연일 무관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의 불길은 갈수록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핵심 관련 인물들의 수상쩍은 행적은 국민적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표적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법률자문을 지냈다. 그런데 권 전 대법관과 화천대유 대표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했던 권 전 대법관 역할과 보수(월 1500만원)를 놓고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비친다.
권 전 대법관은 또 작년 9월 대법관 퇴임후 현재까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이날 변협을 통해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변호사법상 변협에 등록을 해야 변호사로서 정식 개업이 가능하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법률자문 등 변호사 업무를 처리하면 처벌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11월부터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권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은 사회적 크레디트(지위)를 감안해 연봉으로 2억원 정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매달 15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권 전 대법관이 자문료에 상응하는 일을 했다"며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려 모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 대법관 등이)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법률 자문을 많이 해주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 사무실로 네 번 찾아갔다"고 전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일부 언론과 통화에서 "(화천대유 사무실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면서 "이 대표가 가끔 와서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전화 자문 정도만 받았다"고 했다. 보수에 대해선 "계약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전체적으로 자신은 크게 관여한 게 없고 그런 만큼 보수도 많지 않다는 취지로 들리는 해명이다.
권 전 대법관 말대로 별 역할을 하지 않고 월 1500만원의 거액을 받았다면 '보은성 예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는 대법관 재직 때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 환송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 수뢰'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과 사후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변측은 "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사로서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무죄로 선고되는 데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데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취업해 연 2억원 정도의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후수뢰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 전 대법관의 위법 의혹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변호사들이 기업체의 고문을 맡으면 200~500만원 정도를 받는데 월 1500만원이면 극히 이례적인 고문료"라며 "전화자문만으로 월 1500만원을 받았다면 판사시절 자신의 판결과 관련된 사후수뢰죄로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그에 합당한 돈을 받았다면 변호사 영업을 할 수 없는 분이 열정적으로 변호사 영업을 한 것"이라며 "변호사법 위반죄는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의혹에서 또 다른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잠적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유 씨는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할 때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사업 시행을 맡은 특수 목적 법인(SPC)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 등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달 중순 의혹이 제기된 후 휴대전화 번호를 없애고 외부와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2015년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사업 구조를 설계할 때 민간이 과도한 개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공사 실무진의 우려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거쳐 이 지사 취임후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2년여간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유씨는 이 지사 핵심 측근으로 꼽혔고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유씨는 캠프에 몸담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씨 행방이 묘연해지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해외로 도망간 것은 아닌지,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신병 확보가 절실하다"고 했다.
유씨가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4040억원 배당을 받게 된 배경을 잘 알고 있는 중심 인물이라는 판단에서다.
하태경 대선 경선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천화동인 소유주 명단) 관련자들이 한 분씩 사라지고 있다"며 "빨리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후보는 "저한테 제보 온 것 중에는 (천화동인 1~7 소유자 중) 어떤 분은 미국으로 이미 도피한 것 같다는 제보가 온 것도 있다"고 전했다.
대장동이 지역구인 김은혜 의원은 YTN에 출연해 "잠적 소리가 나오지 않으려면 유씨가 빨리 나타나 의혹을 풀어야한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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