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집값'에 급증한 전세대출…딜레마 빠진 가계부채 관리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9-13 17:01:18
대부분 실수요…국민 주거 위협 가능성에 고민 커
전세자금대출을 어찌해야 할까? 그냥 놔두자니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총 119조9670억 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4.2%)의 3배가 넘는다.
그러나 규제하자니 국민 주거와 직결된 대출이라 함부로 손대기도 어렵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중 98.1%가 전세보증금 마련 목적의 대출이다. 이 대출을 막을 경우 수많은 세입자들이 외곽 지역이나 월세 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일단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대출 중단, 총량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도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선택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규제지역의 시가 6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 1억 원 초과 신용대출 등에 차주별 DSR 규제(은행 40%·비은행 60%)가 도입됐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DSR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여전히 차주들은 전세보증금의 최대 80%까지, 편리하게 전세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만약 DSR 규제가 도입될 경우 차주의 전세대출 한도는 급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2억 원의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차주의 한도가 1억 원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어 "전세대출 억제에는 효과가 크겠지만,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늘어난 건 결국 전세보증금이 급등한 때문이고, 이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탓"이라며 "전세대출 규제는 정부의 실패를 실수요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량규제도 DSR 규제와 마찬가지로 대출 억제 효과는 좋지만, 실수요자 피해가 염려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NH농협은행이 11월말까지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우리은행은 분기별로 한도를 정해놓는 등 전세대출에 대해 소프트한 총량규제는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드한 총량규제, 일률적인 증가율 규제가 가해질 경우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은행이 11~12월쯤에 전세대출 판매를 중단하면서 그때쯤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생활자금 목적의 전세대출 판매 중단은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작다. 전세 계약 후 3개월 내에 추가 대출이 가능한 상품인데, 전세보증금 마련 목적이 아니라 실수요자 주거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편이다.
또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 등에 전용될 위험이 크기에 규제의 목적성에도 부합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받아 주식 등을 사는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활자금 목적의 전세대출은 비중이 낮아 대출 억제 효과가 미미하다. 5대 은행 기준 1.9%(2조3235억 원)에 불과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서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 정도로 꽉 막힌 상황이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분은 전세대출, 정책모기지, 집단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들은 모두 실수요 대출이어서 정책적 진퇴양난에 놓이게 됐다"고 갑갑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보다 세밀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도입하되 50~60% 정도로 완화하거나 무주택자는 DSR 규제에서 제외하는 안 등이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 "실무적으로 20~30가지 세부 항목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우려가 존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셋집에 사는 유주택자는 대부분 자녀 교육 때문"이라며 "전세대출이 막힐 경우 주거 문제는 물론 자녀 교육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은 추석 이후 발표될 듯하다"며 "사안이 워낙 예민해 한꺼번에 조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추이를 살펴보면서 단계적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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