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주력상품에서 밀려나는 종신보험…왜?
강혜영
khy@kpinews.kr | 2021-09-09 16:59:50
"IFRS17 도입시 해지환급금은 매출로 안잡혀…초기 부채 부담↑"
한때 '생보사의 꽃'으로 불리던 종신보험이 생명보험사 주력 상품에 밀려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15개 생보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 누적 건수는 21만540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넘게 급감했다. 2016년 신계약 누적 건수가 50만 건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절반 넘게 줄어든 셈이다.
신계약 누적금액도 10조80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나 축소됐다. 2016년 3월 말에는 32조 원을 넘었던 신계약 누적 금액은 이듬해 20조 원대로 떨어진 뒤 2018년부터 10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날 "과거에는 전체 상품 판매 중 종신보험이 60~70%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40% 이하"라고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종신보험은 사실상 남성 110세 만기·여성 112세 만기의 정기보험이라 보험료가 무척 비싸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크다. 그래서 과거 20여 년간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을 가장 열심히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흐름이 바뀐 것이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상에서 사망 시 환급해줘야 하는 보험료가 매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와 자산을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자산과 부채의 현재가치를 투자자나 보험계약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손익을 인식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고객의 보험료를 받으면 모두 수익으로 인식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면 비용으로 인식하는 기존의 '현금주의' 방식에서 수익이 실현되는 시점에 이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인 '발생주의'로 바뀐다.
그런데 종신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사망할 때까지 평생 보장하는 생명보험 상품으로, 언젠가는 보험금을 지급해주기에 IFRS17 상에서는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임준환 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회계 기준으로는 종신보험의 보험료 전체를 수익으로 인식하는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며 "수입보험료 가운데 사망 등 만기에 지급되는 환급금은 은행의 예금처럼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초기에는 부채가 늘어나서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종신보험의 매력이 떨어져 판매가 준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시행에 대비해 몇 년 전부터 저축성 상품 판매를 지양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저축성보험 역시 현재 보험료가 전부 매출로 잡히지만, IFRS17에서는 저축 부분이 매출로 잡히지 않아 저축성보험 판매가 증가하면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FRS17 도입 이후 저축보험료는 매출에서 제외된다"면서 "이는 은행에서 예금을 매출로 잡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축성 보험 관련 비용은 투자 비용으로 인식될 예정"이라며 "마진이 큰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날수록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향후 이익 규모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가 도입되면 손익계산서에서 보험계약 포트폴리오의 수입이 바로 확인되다 보니 수익성 높은 상품을 팔아야 보험 이익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런 점을 반영, 요새 생보사들은 보장성보험 중에서도 암보험, CI보험, 수술비 보장 상품, 입원비 보장 상품 등 건강 관련 보장을 담은 상품을 주로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IFRS17에 대비해 생보사들은 어쩔 수 없이 단기 및 금리 위험이 없는 상품으로 주력 상품을 전향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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