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거리두는데…前수장들은 가상화폐업계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9-07 17:00:37
"가상화폐, 거스를 수 없는 흐름…메타버스와 함께 시장 커질 것"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들썩인다. 비트코인은 6000만 원을 돌파했다. 금융당국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시장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도박판'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거리를 두고 신중히 접근하는 이유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금융당국을 이끌던 인사들이 그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보수적인 당국 스탠스와 대비를 이루는 풍경이다.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2019년부터 GBC코리아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GBC코리아는 블록체인 기반 인수·합병(M&A)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로 자사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가상화폐 'UCX'를 론칭했다. UCX는 올해 2월 미국 특허청(USPTO)에서 상표 특허를 받았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018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데, 금융규제·기업구조조정 등 외에 가상화폐와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업무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해붕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자문단 부국장이 국내 가상화폐 1위 거래소 업비트의 고객보호실장으로 옮겼다. 금감원 현직 인사가 가상화폐 거래소로 이직한 첫 사례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해 7월 태평양에서 열린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대응을 위한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범죄 예방적 조치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주도하는 가상화폐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펼쳐지고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화폐 사업자에 대한 AML 규제는 앞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부 입장에서 마땅한 가상화폐 규제가 뚜렷하지 않다"며 "크게 보면 자금세탁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 가상화폐를 정제하는 수단으로 쓰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냉소적 태도는 그대로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또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과 관련,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의 실명인증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줄폐업 위기에 처했는데, "신고 기한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국회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는 보호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당국 스탠스와 대조적으로 전직 금융당국 수장들이 가상화폐업계로 향하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메타버스의 가상경제에서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세상이 올 것이며 메타버스와 함께 가상화폐,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가상자산 시장은 더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를 내세워 규제를 강화할 수는 있어도 이 시장을 없애지는 못한다"며 "결국 금융당국도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도 "이미 핀테크와 블록체인에서 가상화폐를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만큼 가상화폐의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달한다. 가상화폐거래소가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며, 가상화폐 파생상품도 여럿 등장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채택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의 발전도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NFT가 메타버스의 가상경제를 근본적으로 확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NFT는 디지털 가상자산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파일 소유주와 거래 기록을 저장함으로써 위·변조나 삭제를 불가능하게 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NFT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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