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날것, 현실이 곧 공포"…드라마 'D.P.' 호평

김명일

terry@kpinews.kr | 2021-09-03 14:37:01

탈영병이 겪은 부조리·가혹행위에 공감 정서
기존 홍보극·예능 설정 없이 '그대로' 통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가장 사실적으로 군대를 그려낸 드라마"라며 주목받고 있다.

▲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한국 군대의 폭력성과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제공]

D.P.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를 뜻한다. 정해인과 구교환이 2인 1조 D.P.인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을 연기했다. 시즌1에서는 2014년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 6편에서 탈영병 5명을 쫓는 장면이 그려졌다.

드라마는 추격물답게 숨가쁜 추격전, 심리전 수준을 방불케 하는 탐색전, 위험을 무릅쓴 도시와 건물 등 지형지물을 내달리는 일 등 호쾌한 액션과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끈 것은 주인공보다 탈영병들이었다. 추격 과정보다 더욱 공을 들인 탈영병 스토리는 "그들이 왜 탈영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폭력과 가혹행위 및 인권탄압 등이 어우러진 폐쇄계에서 그들에게 탈영 외의 선택지는 적어보였다. 또한 '참을성 없고 적응도 못한' 탈영병 신세가 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비겁한 안도를 할 뿐이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예외가 아니다.

놀라운 것은 이를 지켜보는 드라마 내 인물과 드라마 밖 시청자 모두, 고쳐지지 않을 구조적인 문제임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바꿀 생각과 의지도 없다는 점이다.

철책 안의 암울한 공간을 '있는 그대로'

침대생활관으로 바뀐 지금은 생소한 내무반이 비춰지며 TV 속 박근혜 대통령이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을 만들겠다"는 말을 한다. 배경에서 혼자 떠드는 TV와 달리 폭력이 일상화된 내무반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황장수 병장(신승호)는 후임병을 벽에 밀쳐 뒤통수에 피를 낸다. 어떤 병사는 후임병의 편지를 멋대로 꺼내 읽고 "가난하다"며 조롱한다. "로열젤리를 준다"며 입에 가래침을 뱉으려 하는 고참도 있다.

탈영병들이 겪은 일은 더 참혹하다. 코골이를 한다며 방독면을 씌우고 물을 붓거나, 하의를 벗기고 라이터로 음모를 태우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

▲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정해인(왼쪽)과 구교환(오른쪽)이 2인 1조 군탈체포조의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모든 일들은 '군대'라는 물리적·심리적 철조망 안에서 별 것 아닌 일로 덮어져왔고, 외부로 알려져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군대 조직은 구조적으로 '부적응 병사' 한 명을 만든 후 모두가 책임을 면제받아 연대해왔다.

한호열은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바꾸면 된다"고 설득하지만, 조석봉 일병(조현철)은 "수통에 적힌 날짜가 1953년"이라며 "수통도 안 바뀌는데 군대가 바뀌느냐"며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드라마는 군대 폭력 가해자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며 "용서해줘"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시청자들에게 미래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예능·홍보의 포장 없는 날것…군필자 '공감'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가장 군대를 잘 그려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고합니다(KBS, 1996), 막상막하(MBC, 2002) 등 군대를 배경으로 군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있었지만 군필자들의 공감은 얻지 못했다.

'신고합니다'는 당대 최고 인기 배우 차인표, 이휘재, 구본승 등이 출연해 주목받았다. 유격훈련, 진지공사, 짬통처리 등 일반인들에게 군인들만 공감할 장면들을 많이 보여줬지만 비현실적 요소 또한 많았다. 일반 사병(권해효)과 인근 여성(이혜영)의 러브스토리라든지, 군인들이 나이트클럽에 놀러다니는 모습 등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막상막하' 역시 군대의 본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이강현 소위(성유리)와 최장우 병장(이훈)의 사랑이 우선이었다는 평가였다. 또 무장탈영을 시도하는 일병(조상기)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그 길을 택한 사람들의 처절함을 그려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 2002년 방영 MBC 드라마 '막상막하'는 이훈(왼쪽)과 성유리가 주연을 맡았다. [MBC 제공]

'D.P.'는 달랐다.

특전사 출신 박모 씨는 "TV 드라마든 예능이든 특전사 생활을 제대로 묘사한 것을 보지 못했다"며 "D.P. 주인공들은 헌병인데, 실제로 헌병들의 생활이 저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육군 출신 김모 씨는 "진짜사나이 등 군을 배경으로 한 예능이 많이 있었지만, 군에 협조를 받아 촬영하는 작품은 홍보성으로 갈 수밖에 없어 군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건 일반 시청자들도 다 안다"며 박씨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헌병에서 D.P.를 했던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 이 원작이어서 현실성이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김보통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며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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