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외면하는 카뱅에 특혜 웬 말?"…은행들 '불만'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8-31 16:27:17

8월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12% 불과…목표 20.8%에 크게 미달
"은산분리 예외·금융그룹감독 제외 등 규제 차익…엄격한 감독 받아야"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달리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이 몹시 부진해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연간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쳐 목표 달성이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중·저신용자를 외면하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예외·금융그룹 감독 제외 등의 사실상 특혜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은행권에서 나오고 있다.

▲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최근까지 12% 수준에 머물러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0일 현재 카카오뱅크의 가계 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약 12% 수준이다. 중·저신용자는 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으로 신용점수 하위 50%(820점 이하) 차주를 뜻한다.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에 올해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8%로 끌어올리겠다고 보고했는데, 8월이 다 가도록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상태인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대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했으며,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요구했다.

카카오뱅크는 스스로 올해 20.8%, 내년 25%, 후년 30%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세워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8개월 간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포인트 가량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와 상품 정비 등의 준비시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중금리 대출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6월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등 확대 노력에 힘입어 7~8월 중·저신용자 대출은 6월보다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올해 6월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0.6%로, 8월까지 2개월 간 오름폭이 2%포인트가 채 되지 않는다. 같은 상승폭을 유지하더라도 연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6~17%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해말 21.4%였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올해 6월말에는 15.5%로 급락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 문제로 1년 넘게 대출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7월부터 재개하면서 한도가 많은 고신용자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월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8월에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출시해 점차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케이뱅크의 목표는 올해말 21.5%, 2022년 25%, 2023년 32%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이 부진하면서 시중은행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은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에 힘쓰기보다 기존 은행에서 고신용자를 뺏어오는 데만 열중하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에만 특혜를 제공하는 건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들은 은산분리 예외 혜택을 받고 있다. 은행법에 의해 비금융 기업은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지분 4%) 이상 보유할 수 없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은 의결권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덕분에 두 은행은 다른 은행에게는 금지된 '오너 있는' 은행이 됐다.

또 카카오는 금융사를 3개 이상 소유했음에도 금융그룹 감독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에 따라 여·수신업과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의 금융사를 보유한 총자산 5조 원 이상의 비지주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카카오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그만큼 감독 부담이 덜하다.

인터넷은행이기에 점포가 아예 없다는 점도 타행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비중이 95%까지 치솟아 대부분의 점포는 유지하는 게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때문에 은행들은 점포를 파격적으로 축소하고 싶어 하지만, 금융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워 함부로 폐지하지도 못한다"며 "인터넷은행은 이런 규제에서도 자유롭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더 이상 인터넷은행이란 범주에 한정할 수 없는 수준의 '공룡'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2.44% 오른 8만3900원으로 장을 마감, 종가 기준 시가총액 39조8609억 원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21조9962억 원)나 신한금융지주(20조699억 원)보다 훨씬 많은, 압도적인 금융권 1위다.

상장 첫날인 지난 6일 상한가를 치면서 '금융 대장주'로 등극한 카카오뱅크는 그 뒤 차이를 더 벌렸다. 공룡이 된 카카오뱅크가 규제 면에서는 오히려 혜택을 누리는 것에 대해 타 금융사들은 불만이 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실질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혜택만 주기보다 인터넷은행에 더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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