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한국 오더니 태도가 변했다" vs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탐사보도팀

tamsa@kpinews.kr | 2021-08-27 10:26:45

[연재] '북한식당 女종업원 집단탈북' 그 후 ② 여종업원 폭행 사건Ⅱ
지배인–종업원, 2016년 한국 온 지 두 달 후 '유혈 충돌'
"분유통 맞아 여섯바늘 꿰맸다" VS "합의금 받고 2년 후 고소"
지배인 "나를 고소했으면 합의금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UPI뉴스는 지난 20일 '2016년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을 주도한 중국 북한식당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40) 씨가 여종업원 김모(개명·31) 씨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허 씨와 김 씨는 2013년부터 중국 북한식당 진달래식당과 류경식당에서 3년간 함께 일했고 2016년 4월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김 씨는 사실상 사장이었던 지배인 허 씨를 폭행·감금·상해 혐의로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년6개월간의 재판 끝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10일 허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허 씨는 2019년 3월 미국으로 출국해 그해 9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그는 현재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며 유튜버 채널 '북한을 바꾸다(Change North Korea)'를 운영하고 있다. 고소인 김 씨는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도대체 이 두 사람 사이에 중국 북한식당과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UPI뉴스는 지난 20일 보도에서 2014년 9월 벌어진 폭행 혐의 사례만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엔 이 사례를 포함해 △4건의 폭행 △감금 △상해 혐의 등이 모두 적시돼 있다. 이 가운데 폭행과 감금 혐의는 모두 중국에서, 상해 혐의는 한국에서 각각 벌어진 일이다.

이번 '여종업원 폭행사건' 두 번째 기사에선 검찰 공소장에 담긴 모든 혐의 내용과 이에 대한 허 씨 측 입장과 반박을 구체적으로 싣는다.

▲ 중국 북한식당 '류경식당' 여종업원 단체사진 [유튜브 '북한을 바꾸다' 캡처]

4건의 폭행 혐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4년 9월 어느 날 저녁 6시쯤 중국 진달래식당에서 허 씨는 김 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외출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주먹으로 얼굴을, 양손으로 팔 부분을, 발로 다리 부분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김 씨는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백화점 쇼핑을 혼자 나갔다고 (허 씨가) 이틀에 걸쳐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끝내 코피를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씨의 변론을 맡았던 김완수 변호사는 검찰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서 "여종업원도 외출이 필요할 땐 반드시 2인 이상이 지배인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 씨는 해당일 오후 1시경부터 행방불명됐다가 5시간 후에 돌아왔다. 그 사실이 국가보위부에 알려지면 김 씨는 물론 허 씨까지도 북한으로 들어가 조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허 씨는 그날 영업 종료 후 김 씨에게 '자아비판'을 시켰지만 김 씨는 거부했다. 이에 허 씨가 주먹으로 김 씨 얼굴을 때려 코피가 나게 했다"고 해명했다.

두 번째 폭행 의혹은 2015년 6월초 저녁 9시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선양(瀋陽)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씨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폭행을 가했다. 주먹으로 왼쪽 귀 부위를 여러 차례 때렸고 김 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가슴과 배 부분을 여러 차례 걷어찼다.

하지만 허 씨는 2018년 10월 경찰 조사에서 "선양에 간 사실은 있지만 폭행하진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허 씨는 북한식당 단골손님이던 김모 씨를 자주 만나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김모 씨가 "선양으로 여행가자. 다른 종업원들은 다 여행을 갔는데 (종업원 김 씨를) 혼자 두면 따돌림 당한다. (김 씨를) 꼭 데리고 오라"고 제안해서 세 사람이 함께 선양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 변론을 맡았던 김완수 변호사는 "(북한식당 단골손님) 김모 씨가 (허 씨의 폭행에 대해 당시) 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며 "(고소인이) 피의자(허 씨) 폭행으로 (자신의) 귀걸이가 귀에 박힐 정도였다고 진술하고 얼굴의 반 정도가 멍이 들 정도였다는데 했는데 어떻게 다음 날 (단골손님) 김모 씨와 함께 쇼핑을 다녔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 6월 중순에도 허 씨의 폭행 의혹은 이어졌다. 허 씨는 저녁 8시쯤 진달래식당 종업원 숙소에서 김 씨를 넘어뜨리고 발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여러 차례 걷어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달래식당으로 데려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여러 번 때렸다. 이 역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서도 허 씨는 2018년 10월 경찰 조사에서 "그런 적이 없다"며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네 번째 폭행은 2015년 7월초에 벌어진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저녁 7시쯤 허 씨는 진달래식당 뒷문에서 김 씨와 다른 여종업원이 싸웠다는 이유로 김 씨의 목을 조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다. 또 종업원 숙소에서 김 씨의 상의를 벗게 한 후 손으로 김 씨 머리를 잡고 벽에 여러 번 부딪치게 했다. 손과 발로 김 씨 얼굴과 몸, 다리를 여러 번 때리는 폭행을 자행했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제가 북경 쪽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고소인) 김 씨와 조장이 싸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둘 다 자신이 맞았다고 주장해 조장과 김 씨 상의를 벗게 했다. 속옷은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조장 앞가슴 등에 손톱자국 상처가 있었는데 김 씨는 상처가 없었다. 제가 '이 새끼 어디 상사한테 대들고 거짓말을 하느냐'고 욕하고 반성문을 쓰게 했지만 때리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 북한식당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를 고소한 김모 씨(오른쪽)가 북한식당 근무 시절 연주하는 장면 [유튜브 '북한을 바꾸다' 캡처]

감금 혐의

검찰에 따르면 허 씨는 2015년 6월 중순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저녁 10시까지 24시간 가량 김 씨를 진달래식당 4층 여종업원 탈의실로 사용하던 다락방에 감금했다. 당시 허 씨는 김 씨에게 "다른 애들(여종업원들)은 내 말을 들어서 살아 숨 쉬고 밥 먹을 자격이 있다. 너는 그렇지 않으니 그냥 4층에서 굶어죽으라"며 가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씨는 2018년 10월 경찰 조사에서 "(고소인) 김 씨가 백화점 다녀왔다며 5시간 동안 행방불명됐을 때 북한으로 소환시키려고 숙소에서 조장, 부조장과 함께 있게 했는데 그게 감금이냐"며 "그 다음날 김 씨를 데리고 북한 국경까지 갔는데 김 씨가 '살려 달라'고 '북한으로 보내지 말라'고 사정해서 다시 식당으로 데려왔다"고 진술했다. 고소인 김 씨 주장과는 전혀 달랐다.

상해 혐의

허 씨에겐 한국에 와서 김 씨를 상해한 혐의도 있다. 2016년 6월4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여자 생활관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가 허 씨에게 말대꾸한다는 이유였다. 허 씨는 그곳에 있던 분유통을 김 씨 머리에 던져 정수리 앞부분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혔다.

상해 혐의와 관련해 김 씨의 2018년 6월 경찰 진술 조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여자 생활관에서 함께 탈북했던 유모 씨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허강일이 우리 방으로 오더니, 나한테 '야 너는 왜 내말을 안 듣느냐'는 식으로 말을 해서, 제가 '이제 한국에 들어왔으니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허강일이 갑자기 그 방에 있던 양철로 된 분유통을 저한테 던졌다. 제 머리에 그게 부딪혀서 피가 많이 났고 머리에 철심을 여섯바늘이나 심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허 씨는 2018년 10월 경찰 조사에서 "당시 국정원에서 2시간 정도 면회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줘서 여자 생활관에 갔다. 당시 한국으로 속아서 온 것 같고 언론에 (집단탈북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해서 (여종업원) 다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단체로 축구라도 할 겸 해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고소인) 김 씨 혼자 슬리퍼를 신고 와서 내가 '가서 운동화로 갈아 신어라'고 하니 '왜 한국 와서까지 명령이야'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김 씨 방에 같이 올라가서 '너 한국 오더니 태도가 변했다. 내가 너랑 동급이네'라고 하면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김 씨 이마를 밀었다. 그러자 '개새끼야,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고 하면서 손톱으로 내 얼굴과 목, 가슴까지 훑어서 상처가 나고 피가 났다. 그 후에도 내 살을 잡고 놓지 않아서 나도 순간적으로 화가 났고 방안에 있던 통으로 김 씨 머리를 쳤다. 머리에서 피가 났고 소리치고 하자 다른 애들이 와서 말렸다. 근데 이걸로 같이 합의서를 썼다"고 진술했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합의서엔 '2016. 6. 4 폭행 건과 관련해 중국화 15000위안(약 270만 원) 상당을 수령하는 것으로 종결짓고 앞으로 이의제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2016. 7. 27.'로 명시돼 있다. 두 사람의 합의로 사건은 마무리된 듯 했다.

하지만 김 씨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그는 2018년 6월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상해 사건) 이후 국정원 안에서 변호사 입회 아래 한화 80만 원, 인민폐 1만 위안을 받고 합의했지만 지금은 그 돈을 다시 그 놈(허 씨)에게 돌려주고 특수폭행죄로 무조건 감옥에 보내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허 씨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저는 이런 일이 생길지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고소인(김 씨)이 저에 대한 원한이 많다면 왜 저를 따라 (한국에) 왔는지 이해가 안갑니다"라며 "(김 씨가) 북에 있을 때는 자기 잘못을 감추려고 고소 안하고 한국에 와서 고소하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은 원래 북에 있을 때부터 사기를 잘 쳤으며 나쁜 짓만 해서 법적 처리를 받아야 했으나 본인(김 씨)이 여러 번 살려달라고 해서 제가 용서해줬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았으면 저는 고소인을 한국에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허 씨는 지난 19일 UPI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 씨는) 합의금을 받으면서 '앞으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를 고소했으면 합의금은 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12일 판결문을 통해 허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허 씨)은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외국에서 피해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폭행을 하고 상당한 시간 감금했으며 남한에 들어와서도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했는데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더구나 피고인은 일부 범행을 부인하면서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허 씨는 "재판 진행 과정이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2016년 4월 증인들이 법정에 출석하기로 한 날 벌어진 일이다. 고소인(김 씨)과 피고인(허 씨) 그리고 피고인 측 증인 두 명이 법정에 출석했다. 고소인 쪽 증인은 없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고소인과 피고인 측 증인들을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피고인(허 씨) 한 명만 출석시킨 채 재판을 진행하려 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사가 "왜 고소인과 피고인 측 증인들을 불출석 시키느냐"고 재판부에 항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 측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고 법정을 나왔다.

당시 피고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김모 씨는 지난 7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증인으로 법원에 갔는데 (법원 경위가) 막아서 (법정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신분증을 보여준 다음 증인이 아닌 방청객으로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는데 재판부가 증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방청객으로 참관만 했다는 것이다.

허 씨 측은 6번이나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허 씨는 지난 19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에서 재판 받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재판 받는 느낌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 김지영·남경식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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