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만기연장하니 1년 새 2%대 금리가 3%대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8-25 16:24:49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1%P 이상 올라…가산금리만 0.6%P↑
"당국, 대출 총량규제하느라 가산금리 인상 사실상 방조"
A(42·남)씨는 몇 년 전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매 1년마다 금리변동)을 받아 매달 원리금을 분할상환 중이다. 지난해 8월에 금리가 1.95%까지 내려가 이자부담이 적었지만 최근 금리가 2.88%까지 치솟아 A씨는 놀랐다. 대출 기준금리는 0.40%포인트, 가산금리는 0.53%포인트씩 뛰었다.
B(38·남)씨는 지난해 8월 은행에서 2.90%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최근 만기를 연장하자 금리가 3.97%까지 급등했다. 요새 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이자부담 상승은 B씨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대출 기준금리는 0.43%포인트 올랐는데, 가산금리가 0.64%포인트로 더 많이 올랐다.
C(50·남)씨는 고소득 전문직이라 그간 은행에서 특별우대를 받았다. 작년 7월에는 신용대출임에도 1.81%라는 저렴한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하지만 올해 7월에 신용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는 대접이 달라졌다. 대출금리가 단번에 3.26%로 치솟았다. 우선 고소득 전문직, 거래 실적 등에 의한 우대금리가 0.40%포인트 축소됐다. 또 대출 기준금리는 0.45%포인트, 가산금리는 0.60%포인트씩 올랐다.
최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변동되거나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한 소비자들이 1년 새 가파르게 솟구친 금리에 눈을 의심하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변동 기한이나 신용대출의 만기는 대개 1년인데, 지난해 7~8월쯤 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탓에 올해 1%포인트 이상씩 급등한 소비자들이 다수다. 이자부담이 거의 30%이상 한꺼번에 늘었다.
B씨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5%로 유지 중임에도 대출금리만 대폭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건 가산금리 상승률이다. 대출 기준금리 인상률은 0.4~0.5%포인트 수준인 데 반해 가산금리 인상률은 그보다 더 높은, 0.6%포인트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책정된다. 이 중 기준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즉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대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를, 신용대출 금리는 금융채 1년물 금리를 토대로 산정된다.
가산금리는 점포 임대료, 인건비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포함해 자율적으로 산출한다. 즉, 가산금리가 올라갈수록 은행의 이익이 늘어난다.
불과 1년 새 대출금리가 1%P 이상 올랐는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가산금리 상승폭이 기준금리보다 훨씬 크다. 이는 시중금리 상승세보다 은행의 이익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를 규제하느라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을 사실상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 할 때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부담을 우려하면서 차단했다"며 "그런데 지난해 7월 1%대 금리의 신용대출이 등장하고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부터 금융당국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려 대출을 억제하도록 부추겼다"며 "이에 발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슬금슬금 올리기 시작했지만, 예년과 달리 간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가산금리를 0.2%포인트 가량 올리고, 올해는 더 크게 인상했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때문에 한정된 대출 규모 내에서 이익 수준을 맞추려고 인상률이 더 확대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매달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전혀 통제하지 않아 편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산금리를 대폭 올린 은행들은 다같이 역대 최고의 이익을 시현한 반면 소비자들은 높은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금리가 급등했음에도 올해 1~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금융위원회 집계)이 78조8000억 원으로 전년동기(45조9000억 원) 대비 71.6% 확대되는 등 가계대출 억제에는 실패했다. 물론 집값도 잡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큰 규모의 대출금리 상승이 소비자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란 예측이 다수다. 연내 2회, 내년까지 3~4회 올릴 거란 예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까지 뛸 경우 소비자들에게 적용되는 은행 대출금리는 더 높이 올라 이자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염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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